채근담 89. 부끄러운 마음
채근담 89. 부끄러운 마음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8.15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끄러운 마음_전집 89장

사기(舍己) 무처기의(毋處其疑). 처기의(處其疑) 즉소사지지(卽所舍之志) 다괴의(多愧矣).
시인(施人) 무책기보(毋責其報). 책기보(責其報) 병소시지심(倂所施之心) 구비의(俱非矣).

제 몸을 버리고 뜻있는 일을 했을 바에는 그 일에 의심을 품지 말라.
의심을 품는다면 자신을 버리고 나섰던 뜻에 부끄러움이 많아진다.

남에게 베풀었을 바에는 그 갚을 것을 바라지 말라.
갚음을 바란다면 베푼 바 그 마음도 아울러 모두 잘못이 된다.

* 핵심 주제

인간의 마음은 변덕스러운 것이어서 순수했던 마음이 욕심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특히 헌신과 봉사와 구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처음에는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도중에 ‘왜 나만 희생하고 구제해야 되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이 밑지는 것 같은 옹졸한 마음으로 바뀐다.

이런 봉사와 구제는 차라리 시작하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봉사와 구제라면 그것은 투자하고 이익을 구하려는 장사꾼의 소치이겠기 때문이다. 이건 지극히 자연스런 인간의 심리인데 이럴 때 그 마음을 따라가지 말고, 마음을 잘 다스려 부끄럽지 않게 하라는 뜻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