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108. 원수와 은혜
채근담 108. 원수와 은혜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9.0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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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덕창(怨因德彰). 고사인덕아(故使人德我) 불약덕원지양망(不若德怨之兩忘).
구인은립(仇因恩立). 고사인지은(故使人知恩) 불약은구지구민(不若恩仇之俱泯).

원한이란 덕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것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덕으로 여기게 하기 보다는 덕과 원한을 모두 잊게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원수는 은혜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은혜를 알게 하기 보다는 은혜와 구원(仇怨)을 모두 함께 없애는 것만 같지 못하다.

* 핵심 주제

베푼 덕으로 인해 원한을 사게 되고 베푼 은혜로 인하여 원수를 맺게 된다 함은 분명 역설적인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예는 허다하다. 덕과 은혜를 베풀고는 깨끗이 잊어야지 만약 어떤 보답을 바란다면 그것은 원한과 원수를 사게 되는 실마리가 된다.

남으로부터 은혜를 입거나 덕을 받은 자인 경우, 보답을 충분히 한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보답도 하지 않으면서 자기 입장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도리어 은인을 헐뜯는 일이 있을 것이니 말이다.

따라서 어떤 혜택을 준 경우 상대방이 그 사실을 잊게 만듦으로써 원한을 품지 않도록 하라는 교훈은 돋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푼 쪽에서 먼저 깨끗이 잊어야 할 일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