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133. 모르는 사람 사이의 장사
채근담 133. 모르는 사람 사이의 장사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10.0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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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133. 모르는 사람 사이의 장사_ 전집 133

 

부자자효(父慈子孝) 형우제공(兄友弟恭) 종주도극처(縱做到極處) 구시합당여차(俱是合當如此).
착부득일호감격적염두(着不得一毫感激的念頭).
여시자임덕(如施者任德) 수자회은(受者懷恩) 편시로인(便是路人) 편성시도의(便成市道矣).

아버지가 사랑하고 아들이 효도하며, 형이 우애하고 아우가 공경하여 비록 극진한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할지라도
그것은 모두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으로 털끝만큼도 감격스런 생각으로 볼 것이 못된다. 만약 베푸는 쪽에서 덕으로 자임하고,
받는 쪽에서 은혜로 생각한다면 이는 곧 길에서 오다가다 만난 사람이니 문득 장사꾼의 관계가 되고 말 것이다.

* 핵심 주제

부모의 자애와 자식의 효도, 형제간의 우애와 공경은 인륜의 기본적인 것일 뿐 그것은 새삼스럽게 감격할 일이 아니다. 만약 이런 직계 혈연관계사이에 시혜(施惠)와 보은을 논한다면 그것은 투자하고 거래하여 이익을 챙기려는 상인과 다를 게 무엇이겠느냐는 말이다.

이런 인륜 문제가 산업화가 진행되어 온 오늘날에 와서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우리가 무언가 큰 것을 잃고 작은 것을 얻었다는 자괴심의 발로일 것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