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162. 남을 신뢰하는 사람
채근담 162. 남을 신뢰하는 사람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11.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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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162. 남을 신뢰하는 사람_ 전집 162장

 

신인자(信人者) 인미필진성(人未必盡誠) 기즉독성의(己則獨誠矣).
의인자(疑人者) 인미필개사(人未必皆詐) 기즉선사의(己則先詐矣).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사람이 반드시 모두 성실하지 못하더라도 자기만은 홀로 성실하기 때문이며,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사람이 반드시 모두 속이지 않더라도 자기가 먼저 스스로를 속이기 때문이다.

* 핵심 주제

남을 믿고 일을 한다면 비록 상대방의 마음이 성실하지 못하여 속임을 당했다 하더라도 이쪽은 성실하게 대한 결과가 된다. 남을 의심한다면 비록 상대방이 정직하다 하더라도 이쪽은 거짓 마음으로 대한 결과가 된다.

이렇게 우직(愚直)하라고 권하는 것은 현대인에게 적용시키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속는 쪽보다 속이는 쪽이 언제나 득으로 보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할 때면 도둑으로 보라는 말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남을 신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이발소에 가서 일면식도 없었던 면도사에게 목을 맡기는 경우가 있다. 그 시퍼런 면도칼을 잡은 면도사에게 말이다. 그것은 그가 면도만 깨끗이 해준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믿었던 상대로부터 배신을 당하게 되면 부아가 나지만 그래도 성실한 사람을 처음부터 의심하면서 대하고 그 선의를 무시하거나 짓밟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지 않을까.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