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173. 나비
채근담 173. 나비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11.1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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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173. 나방_ 전집 173장 

 

위서상류반(爲鼠常留飯) 연아부점등(憐蛾不點燈). 
고인차등념두(古人此等念頭) 시오인일점생생지계(是吾人一點生生之械).
무차편소위토목형해이이(無此便所謂土木形骸而已).   

  ‘쥐를 위하여 언제나 밥 덩어리를 언제나 남겨 두고, 나방을 불쌍히 여겨 등불을 켜놓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옛 사람의 이런 생각은 곧 우리 인생의 태어나고 자라게 하는 한 가지 작용이다. 만약 이것이 없다면 이른바 흙이나 나무와 같은 형체일 따름이다. 

* 핵심 주제 

  모든 생명체를 긍휼히 여기는 것이 곧 자비심의 출발점이라는 뜻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곧 목석(木石)과 같은, 다만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이 구절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은 동정심이다. 동정심이란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까지 옮겨 놓고, 일단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는 것을 뜻한다. 굶주린 쥐, 등불에 날아들어서 생명을 잃는 나방의 신세가 되어 주는 마음이 곧 동정심이다. 그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차원적인 것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