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젠가 마주 할 삶의 마지막 순간
우리가 언젠가 마주 할 삶의 마지막 순간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11.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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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박사의 독서경영 - [바이올렛 아워]'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바이올렛 아워』'(케이티 로이프, 갤리온, 2016)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생의 마지막까지 가봤던 저자가 세계적으로 위대한 작가들이 겪었던 삶의 마지막 순간을 추적함으로써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 ‘바이올렛 아워’는 삶과 죽음의 경계의 시간, 즉 삶의 마지막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가장 현명한 답을 찾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나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삶을 마칠 것이다”라는 주제로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2장은 “나는 죽음을 거부한다”라는 주제로 수전 손택의 사례이다. 3장은 “나는 죽음이 두려울 때마다 글을 쓰고 섹스를 했다”는 존 업다이크의 죽음에 대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4장은 “나는 술을 마신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으므로”를 외쳤던 딜런 토머스의 사례이다. 5장은 “나는 기꺼이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죽음을 준비했던 모리스 센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삶을 마친 지크문트 프로이트, 끝까지 죽음을 거부한 미국의 사상가 수전 손택, 죽음에 대항하기 위해 창작과 섹스에 몰두했던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존 업다이크, 죽는 날까지도 자기 파괴적이던 영국의 천재 시인 딜런 토머스, 죽음에 관한 그림을 그리며 죽음을 준비한 모리스 센닥 등 다섯 명의 거장들을 통해 그들은 왜 그런 방식의 죽음을 선택했을까?를 고민해보고 과연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멋지게 죽는 법을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봄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 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 즉 그 숭고한 통찰과 깨달음의 순간을 좇으며 제가 깨달은 것들이 당신에게도 조금이나마 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마지막 대화’를 바라지만 실제로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대화는 모든 앙금을 해소하겠다는 카타르시스적 환상이지만 실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슴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응어리가 죽음을 마주한 순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그 앙금이 가라앉고 장애물이 걷히면 갈등이 해소되어 우리가 중요한 것부터 말할 수 있도록 죽음이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_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죽음에 관한 책을 쓰기까지> 중에서

실제로 프로이트는 아들들이 전쟁에 참전해 전사할 경우 닥칠 상실감을 어떻게 받아들을지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 그에게 준비와 대비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평소 죽음 도한 대비하고 연습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 “삶을 참고 견딜 수 있다면 죽음을 대비하라”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프로이트는 죽음이 임박하기 오래전 죽음의 가능성을 받아들였다. 당시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로 절ㅊㄴ하게 지내던 친구 빌헬름 플리스에게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그런 두려움을 ‘죽음에 대한 섬망’이라 칭했다. - <지크문트 프로이트_“나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삶을 마칠 것이다”> 중에서

손택은 평생 자신의 삶을 기록한 노트와 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죽음을 풀어냈다. 특히 묵직하면서도 낭만적인 향내를 풍기는 ‘불확실하고 애매한 죽음’은 그녀가 즐겨 사용한 방법 중 하나였다. 페론은 호스피스로 일하며 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그것을 손택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죽음에 대해 말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먼저 죽음에 대해 편한 마음으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손택은 페론에게도 죽음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ㅇ낳았다. 때때로 죽음을 애둘러 표현하며 “이번에는 내가 버텨 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라고 말했을 뿐 죽음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수전 손택_“나는 죽음을 거부한다”> 중에서

그런데 업다이크는 불륜을 죽음의 해독제처럼 생각한 것 같다. 그의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은 불륜을 통해 불멸을 향해 나아간다. 예컨대 한 등장인물은 자신의 정부(情婦)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신호등 불빛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길모퉁이에 그 여자와 함께 서 있기만 해도 나는 결코 죽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다.”

불륜이 관련자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부여한다는 생각은 표현적으로는 터무니없이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생각에도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 <존 업다이크_“나는 죽음이 두려울 때마다 글을 쓰고 섹스를 했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토마스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큰 충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었다. 토마스에게 내재된 활력과 자기 파괴의 충돌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힘들다. 하지만 둘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 같았다. 따라서 토마스의 사망 소식에서 비롯된 슬픔은 강렬하면서도 혼란스러웠다.

토마스는 젊고 건강했을 때도 자신의 시를 “무덤으로 가는 길에 늘어놓은 발언들”이라 말했다. - <딜런 토마스_“나는 술을 마신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으므로”> 중에서

센닥은 어른이 된 후 어떤 초월적인 것도 믿지 않았다. 사후 세계도 믿지 않았고 하느님의 존재도 믿지 않았다. 여든세 살에 가진 한 인터뷰에서도 죽음 후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빈자리! 빈자리!”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하지만 믿음이란 개념까지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늘 상상력으로 충만한 삶을 산 까닭에 때때로 그 빈자리를 뭔가로 채우고 싶은 욕망을 떨쳐 내지 못했다. - <모리스 센닥_“나는 기꺼이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중에서

내가 줄곧 찾아 헤맸지만 아직 이르지 못한 결론이었다. 그래, 우리는 각자 자신에게 알맞은 위안거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죽음’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으리라. 내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후회할 일을 덜 만들지 않겠는가. 자, 당신의 삶의 마지막 순간이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누구와 함께 있는가. - <에필로그_삶의 마지막 순간들을 추적하며 깨달은 것들>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수 년 동안 애쓴 노력 끝에 완성한 이 책은 사람마다 죽음에 대한 생각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제각각이며 그것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멋지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은 알 수 없겠지만, 죽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만큼 죽음이라는 것은 두렵고 공포스러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다. 죽음이 두렵고 공포스러운 까닭이 바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또 언제 죽음이 나에게로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죽음을 맞이했던 사람들을 통해 죽음에 대한 대비를 해 볼 수 있다는 게 다행인 것이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나만 죽는 게 아니기에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대비를 해야 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듯이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죽음’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후회할 일을 덜 만들기 때문이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죽음은 우리에게 유한함을 일깨워 줌으로써 살아 있다는 것의 소중함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한 감사함을 배우게 해 준다. 그래서 삶에는 죽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죽음이 있어야 비로소 삶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 책이 죽음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줄 것이다.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탈출구를 마련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