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박사의 독서경영 -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전박사의 독서경영 -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1.1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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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위지안, 예담, 2011) 이 책은 서른 살에 세계 100대 명문대 교수가 되어 ‘에너지 숲 프로젝트’를 정부에 제안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던 저자가 갑작스럽게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들 돌아보며 깨달은 것들을 정리한 에세이다. 뼈가 산산이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도 삶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회고하는 저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통해 그녀의 짧은 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주제는 ‘삶의 끝에 서서’이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푸단대학의 교수로서 네 발로 뛰어도 모자랄 만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던 저자는 어느 날 자전거를 타다 허리를 접질려 치료를 받던 중 암 선고를 받게 된다. 그것도 이미 뼈까지 전이되어 손쓸 수 없는 상태였다. 힘든 공부 끝에 박사 학위를 받고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려는 순간에, 아이가 이제 막 ‘엄마’라는 말을 시작한 순간, 그리고 외동딸이 제 손으로 벌어 부모님께 새 옷을 사드릴 수 있게 된 순간에 암 환자가 되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태에서도 그녀는 뼈가 부서지고 녹아내리는 고통 속에서, 어제도 내일도 없이 주어진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매일매일 블로그에 ‘생명 일기’를 적어 게재했다.

두 번째 이야기 주제는 ‘삶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로 저자는 블로그에 생명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다음에 해야지’라든가 ‘내일 해도 늦지 않아’라는 말로 미루어온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며 조금 늦추기도 하고, 소홀하기도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이었는지를 깨닫는다. 그녀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내일 당신이 죽는다면 무엇이 가장 아쉬운지, 그 아쉬운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세 번째 이야기 주제는 ‘삶의 끝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인데, 저자는 자신에게 허락된 삶이 거기까지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부모로부터, 남편으로부터,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랑을 오롯이 껴안고 떠날 수 있으니까. 다만, 받은 만큼 주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녀는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끝에 가기 전에 알아야 할 너무나 귀한 가르침을 주고 떠났다.

서른 살에 세계 100대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그 반짝거림을 채 즐기기도 전에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나의 삶은 그로 인해 새로 시작되었다. 나는 여전해 건재하고, 내게는 오늘을 살아갈 이유들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또 다른 이유가 생길 것이다. 그런 이유를 하나씩 깨달아가며 나는 최후의 순간까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더 강한 나로, 거침없이.

니체를 자주 인용하지는 않으나, 이 말만큼은 밑줄을 그어가며 읊고 싶다. 지금 내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너를 죽일 수 없는 것이 결국 너를 더 강하게 할 것이다.” - <프롤로그_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중에서

이제 내 앞에는 또 다른 세상이 급작스럽게 펼쳐졌다. 이제껏 만나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난공불락의 운명이 태산처럼 버티고 있다. 나 스스로가 ‘강한 사람’이라고 큰소리를 쳐온 만큼 절대 굴복하지 않음으로써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결심했다.

  “운명은 내 맘대로 바꿀 수 없지만 운명에 대한 나의 자세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했다. 내가 지금껏 살아왔던 방식과는 다른 차원의 강력한 에너지. 새로운 에너지, 그게 과연 무엇일까. - <삶의 끝에 서서_똑똑한 사람 행세는 괴로운 낙인이라는 것> 중에서

“인생이란 늘 이를 악물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보다는, 좀 늦더라도 착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걷는 사람에게 지름길을 열어주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내가 그날 부러웠던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수줍게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등감과 질투라는 감정을 느꼈다.

 Y는 자기다운 행복이 어떤 것인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착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착하다는 것. 남을 탓하지 않으며, 누군가를 공연히 미워하지 않으며, 남을 밟고 서기 위해 모진 마음을 먹지 않는 것. 그건 대단한 장점이었다. 그때는 너무 평범해 보여서 패배자의 특성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알 것도 같다. 행운도 사람을 가려서 찾아간다니까 말이다. - <삶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_착한 사람이 가장 강하다는 것> 중에서

“한 명의 은인이 나의 운명을 바꿔주는 것처럼, 한 권의 책도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은인을 만나는 것이 상당 부분 하늘의 도움인 데 비해, 책은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내 성취의 절반 이상은 내가 읽은 다양한 책들 덕분이었다. 왜 그걸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배은망덕하게.

책장을 잠시 덮고 오래전에 자주 들렸던 서점을 상상해보았다. 빽빽한 서고의 어느 한구석에 어쩌면 오랫동안 나와 만나기를 기다려온 책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지 모른다. 만나기로 했던 옛 친구를 비바람 속에 너무 오래 세워둔 기분. - <삶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_성취의 절반은 책의 덕분이었다는 것> 중에서

우리는 아직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우리 몸속에는 어쩌면 우주에 필적할 만큼 거대한 힘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런 불가사의한 힘이 기적을 일으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기적은 꽤나 가까이에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대단한 것만을 기대하기 때문에 기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기적이고 그 다음의 기적을 불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 <삶의 끝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_기적은 꽤나 가까이에 있다는 것> 중에서

만일, 내일 아침에 내가 영영 눈을 뜰 수 없을지라도 그건 실패가 아닐 것이다. 나의 가족은 온몸을 바쳐 나를 사랑했고, 나는 그 사랑의 힘으로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즐겁게 살아냈으니까.

“만일 나에게 허락된 생이 여기까지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남편으로부터,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랑을 오롯이 껴안은 채 떠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누렸으니까.” - <삶의 끝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_나보다 가슴 아픈 사람이 있다는 것>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저자는 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목전에서 자신의 블로그에 평범하지만 긴 울림을 주는 글을 올리며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글마다 10만 회 이상 조회, 수백여 건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화제가 된 이 블로그를 접한 사람들은 돈과 권력을 위해 내달리던 자신을 뒤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또한 저자의 글을 통해 어떤 이는 위로를 받았고, 어떤 있는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고, 어떤 이는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저자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뒤 삶의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최후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 다짐한다. 삶의 끝에 와서야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처럼 하나하나,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우리에게 그 어떤 고통도 모두 지나간다는 인생의 지혜를 전해준다. 더불어 최후의 순간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임을 일깨워준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저자를 통해 건강의 소중함도 깨닫고, 환경의 소중함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되면 좋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