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삶의 바다에서 시를 품어 내다
부모님의 삶의 바다에서 시를 품어 내다
  • 김춘례
  • 승인 2020.01.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모님께 전부였던 자식의 때가 지나 지금은 내게 전부가 되신 어머니

[칭찬신문=김춘례 기자] 80세의 연로하신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한 후 모든 생활을 아버지의 병간호에 집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아버지가 82세로 작고하신 2019년 9월에야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효녀 정영희 시인을 만났다.

하얀 탑차를 타고 나타난 자그마한 체구의 여인은 소녀처럼 가냘프게 느껴지는 얼굴로 "일이 좋아서 일에 빠져 산다. "고 하며 수줍게 미소를 띄운다.

유난히 햇살이 봄날처럼 곱네요. 이대로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러게요 벌써 개나리꽃이 봉오리가 맺혀 피려고 해요.

선생님은 언제부터 시를 쓰셨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글짓기 대회에 나가면 장르에 상관없이 1등을 해서 상을 받았어요. 근데 어릴 때 쓴 시를 읽어보면 초등학교 때보다 중학교 때 시가 시다워 보이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시를 쓰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시를 쓰고 나면 항상 느끼는 건데 미완성 작품 같아요. 미완성의 시 작품을 읽고 나면 "아직은 내가 젊구나. " 하는 생각을 갖게 되어 더욱 열정이 생기고 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해요.

"시를 읽으면 독자들이 미완성이라 느낄 수 없을 시를 아직은 미완성 같아 열정을 쏟아내야 겠다. " 말하는 정영희 시인은 56세로 인생이 익어가는 중년이다. 정영희 시인의 부모님께서는 6.25때 북쪽에서 내려와 시흥시에 자리를 잡으셨다.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며 가르치느라 오이도 앞바다에서 고기와 조개를 잡아 팔았다. 자식이 전부였던 부모님이 연로하여 2017년 겨울 요양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아버지의 손발이 되어 24시간 병원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간호를 했다.

아버지가 1년 6개월 이상을 병원에서 함께 해주었을 때 자식들을 위해 쉴 틈 없이 일만하던 아버지와 24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병원에서의 시간은 소중한 기억들로 추억이 되었다.

어머니 또한 고관절에 암수술을 2번이나 한데다 현재 80세로 면역력이 약해지는 고령이다. 정영희 시인의 시는 부모님의 주름진 삶의 바다에서 시가 시작되었다.

정영희 시인이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의 저녁을 챙겨드리기 위해 서둘러 떠나는 뒷모습에서 효도 깊은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깊은 사랑이 시를 품었구나 했다.

정영희 시인의 아름다운 시가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노래로 품어져 희망으로 펼쳐지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는 짚시처럼 

             정영희

우리는 짚시처럼

시간을 끌고

노를 젓는다.

 

허름한 안개는

힘없는 그리움을 끝없는 바다로 잡고 달리며,

아직 떠나지 못한 너의 노래는

울먹이며 이 밤을 지나가는데

 

달빛 끌려 새벽 오는 소리

그 누가 떠나는 소리

가슴 가득 몰고 와

홀연 사라지는 그 바다

그 물소리

 

들리지 않는 슬픔아

기억해 주렴

너의 바다가 되기 위해

애원했던

어느 한 이를

 

달빛 끌려 새벽지는 소리

마른 바람에

그 누가 떠나는 소리

 

그리고

너를

내가

 

사랑한 소리.......

(2020년 1월 2일 무명 정영희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