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33. 책의 참맛
채근담 233. 책의 참맛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1.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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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33. 책의 참맛_후집 8장 -

 

인해독유자서(人解讀有字書) 불해독무자서(不解讀無字書). 지탄유현금(知彈有絃琴) 부지탄무현금(不知彈無絃琴).
이적용(以跡用) 불이신용(不以神用) 하이득금서지취(何以得琴書之趣).

사람들은 문자 있는 책은 읽을 줄 알되 문자가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며, 줄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되 줄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르거니와 형체 있는 것만 쓸 줄 알고 정신을 쓸 줄 모른다면 어찌 거문고와 책의 참맛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

 

* 핵심 주제

  기록된 문장이나 읽고 이해하고, 줄이 있는 거문고나 타서 소리를 낸다면 그것은 학문과 예술의 진수에 이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진(晉)나라 때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실제로 줄이 없는 거문고를 들고 다니다가 술에 취해 흥에 겨우면 그 거문고를 탔다고 한다. 학문과 예술은 형태나 소리로 표현되어야만 비로소 그 가치가 입증되는 것이므로 어떻게 하면 정확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단인 표현에만 마음을 빼앗겨서 도대체 무슨 표현을 해야 좋을지를 잊게 된다면 혼이 빠져 버린 미사어구만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줄이 없는 거문고를 타라는 교훈인데, 특히 한 분야에서 대가를 이루고자하는 이라면 결코 무심히 들을 얘기가 아니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