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38. 달팽이 뿔 위의 승부
채근담 238. 달팽이 뿔 위의 승부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2.02 0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근담(菜根譚) - 238. 달팽이 뿔 위의 승부_후집 13

 

석화광중(石火光中) 쟁장경단(爭長競短) 기하광음(幾何光陰).
와우각상(蝸牛角上) 교자논웅(較雌論雄) 허대세계(許大世界).

석화(石火)의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툰들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겠는가.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룬들 그 세계가 얼마나 넓겠는가.

* 핵심 주제

옛날에는 돌과 쇠붙이를 맞부딪쳐서 불꽃을 피웠는데 이때 일어나는 불꽃은 그야말로 순간적이다. 그 불꽃처럼 찰나적인 게 인생인데, 그 짧은 인생에서 잘나고 못남을 다투어 본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와우각상(蝸牛角上)의 비유는 장자(莊子)에 실려 있다. 달팽이의 왼쪽 뿔 위에는 촉씨(觸氏)라는 나라가 있었고 오른쪽 뿔 위에는 만씨(蠻氏)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고 수만 명의 병사가 죽어갔다. 대진인(戴晋人)이라는 현인이 때마침 이웃나라를 공격하려던 위왕(魏王)에게 이 우화를 들려 준 다음, ‘전하, 이웃나라와 전쟁을 벌이어 무고한 백성을 희생시키는 것은 바로 이 와우각상의 싸움과 같나이다.’라고 아뢰자 위왕은 크게 깨닫고 전쟁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도 이 좁디좁은 세계에서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며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시각을 조금만 넓혀 본다면, 그리고 생각을 다시 한 번 깊게 한다면 이런 와우각상의 싸움 따위는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어차피 석화(石火)와 같은 인생인 것을 싸워서 무엇 하랴.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