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39. 고목 같은몸, 재 같은 마음
채근담 239. 고목 같은몸, 재 같은 마음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2.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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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39. 고목 같은 몸, 재 같은 마음-후집 14장


한등무염(寒燈無焰) 폐구무온(廢具無溫) 총시파롱광경(總是播弄光景).
신여고목(身如槁木) 심사사회(心似死灰) 불면타락완공(不免墮落頑空).

식어가는 등불에 불꽃이 없고, 해진 갓옷에 온기가 없는 것은 모두 광경을 농락함이요,
몸이 고목과 같고, 마음이 식은 재와 같음은 곧 적막 속에 떨어진 것이다.

 

* 핵심 주제
등잔불이 깜박이며 거의 사그러져 가고 있다. 또 모피 옷은 너무 낡아서 온기가 전혀 없다. 이쯤 되면 그 처해 있는 환경이 너무 초라하고 딱하다. 사지(四肢)는 마치 고목처럼 시들고 마음은 차디찬 잿더미 같다. 이쯤 되면 그 사람은 이미 허무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따뜻한 마음이 오고 가야만 비로소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집착에서 떠나고 사념(邪念)을 벗어버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지나침으로서 희로애락의 자연적인 감정이나 잘 살아보겠다는 의욕까지도 버린다면 무슨 맛으로 인생을 살아간단 말인가. 은둔자(隱遁者)이면서도 어디까지나 현실주의자였던 저자 홍자성은 그런 생활태도를 배격하고 있는 것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