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53. 빈곤을 근심하는 마음
채근담 253. 빈곤을 근심하는 마음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2.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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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53. 빈곤을 근심하는 마음_후집 28

 

열불필제(熱不必除) 이제차열뇌(而除此熱惱) 신상재청량대상(身常在淸凉臺上).
궁불가견(窮不可遣) 이견차궁수(而遣此窮愁) 심상거안락와중(心常居安樂窩中).

더위를 꼭 없앨 수는 없지만 덥다고 짜증내는 마음을 없애면 몸은 항시 서늘한 마루에 있을 것이요, 가난은 꼭 쫓을 수는 없지만 가난을 근심하는 마음을 쫓으면 마음은 항상 안락한 집에 있게 된다.

 

* 핵심 주제

푹푹 찌는 한여름의 더위라든가 조석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가난은 분명 참아내기 어려운 시련들이다. 그러나 마음을 식히고 정신을 안정케 하는 그런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고자 하는 노력의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어느 정도의 고통쯤 잊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서는 사회의 모순에도 눈을 감고, 괴로운 현실을 타개해 나가려는 의욕에 찬물을 끼얹는 설교라며 비난을 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 홍자성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고방식을 가지라는 데 초점을 맞추어 평온한 마음으로 밝게 살아가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여름 복중에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운동장에 모여 앉는 프로야구팬들, 엄동설한에 얼음을 깨고 낚시를 담그는 강태공들, 미명에 무거운 장비를 등에 지고 산행하는 등산객들……. 그들에게는 더위도 추위도 그리고 졸음도 문제가 안 될 것이 아닌가.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