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59. 유장한 취미
채근담 259. 유장한 취미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2.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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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59. 유장(悠長)한 취미_후집 34장

 

유장지취(悠長之趣) 부득어농엄(不得於醲釅) 이득어철숙음수(而得於啜菽飮水).
추창지회(惆悵之懷) 불생어고적(不生於枯寂) 이생어품죽조사(而生於品竹調絲).
고지(固知) 농처미상단(濃處味常短) 담중취독진야(淡中趣獨眞也).

유장한 취미는 진하고 맛좋은 술에서 얻지 못하나 콩 씹고 물 마신 데서 얻을 수 있고,
그리운 회포는 메마르고 적막한 데서 생기지 않으나 피리 소리 맞추고 거문고 줄 고르는 데서 생기나니,
진실로 짙은 맛은 늘 짧지만, 덤덤한 맛은 홀로 참다움을 알겠다.

* 핵심 주제

현대는 이른바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시대이다. 언어도 행위도 모두가 원색적이다. 사진까지도 흑백보다 원색을 선호한다. 그러나 교제건 정(情)이건 사랑이건 간에 그 맛이 짙고 달콤한 것보다는 은은하고 담백한 것이 오래 지속 된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색깔도 원색에 가까운 색도(色度)일수록 화려하여 금방 눈에 띄지만, 그만큼 싫증도 빨리 난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음식도 진한 것은 쉬 물리지만 밥이나 김치 따위 담백한 것은 평생을 두고 물리지 않듯이 말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