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64. 술잔을 들고 달을 희롱하며
채근담 264. 술잔을 들고 달을 희롱하며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3.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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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64. 술잔을 들고 달을 희롱하며_후집 39장

 

노화피하(蘆花被下) 와설면운(臥雪眠雲) 보전득일와야기(保全得一窩夜氣).
죽엽배중(竹葉杯中) 음풍농월(吟風弄月) 타리료만장홍진(芽離了萬丈紅塵)

갈대꽃 이불을 덮고 눈 위에 누워 구름 속에 잠든다면 한 집의 청명한 밤기운을 보전할 수 있고, 술잔 속에 바람을 읊조리고 달을 희롱하면 만장(萬丈)의 홍진에서 떠날 수 있다.

* 핵심 주제

비록 구차하게 살더라도 굳은 의지와 멋진 풍류만 갖는다면 자연과 벗 삼으면서 속세의 온갖 번거로움을 모두 떨쳐 버리고 청아한 기품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야기(夜氣)란 밤중에 생기는 청명한 기운으로서 정신을 휴식시켜 주고 하루의 피로를 풀어 주는 기운을 가리킨다.

그 출전은 『맹자(孟子)』로서 '야기부족이존(夜氣不足以存), 즉기(則其) 금수불원의(禽獸不遠矣)’라 하였다. 그야 어쨌든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 아니겠는가.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