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와 문화] 서양에는 오렌지색이 없었다?
[컬러와 문화] 서양에는 오렌지색이 없었다?
  • 권영민
  • 승인 2020.03.04 20: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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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테라피

김수민 대표(숨즈컬러)

주황색, 원래 영어로 orange는 과일 이름이 컬러로 유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서양에서 주황색을 구별해서 사용하지 않다가 약 200년 전부터 비로소 사용한 컬러이다. 

오렌지는 중국이 원산지로 인도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었는데, 영어에서 주황orange이라는 단어는 산스크리트어의 변형이다. 사람들은 a naranga를 an aranga로 오인했고, 그 결과 'an orange'가 되었다.

‘에르메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컬러가 바로 '오렌지색 심볼'이다. 에르메스는 1873년에 설립된 패션 브랜드로, 프랑스 파리의 하이엔드 명품 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최고급 명품으로 통하고 있다.

에르메스 브랜드명은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Tierry Hermes)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당시 에르메스의 심볼, 로고는 프랑스 화가 '알프레드 드 드뢰'의 19세기 석판화 '르 뒤끄 아델(Le ducattle)'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본래 19세기경 마구를 만들던 에르메스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졌다. 두 마리의 말이 끌고 있는 사륜마차는 '뒤끄'라는 이름의 고급마차로 최고급형 명품을 원하는 고객의 모습과 그에 부응하는 에르메스의 관계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인해 염료가 비싸고 부족했던 시기에 천연가죽 색과 가장 흡사한 색이 오렌지색이었는데, 가장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에르메스의 심볼과 로고 컬러로 채택되었다.

에르메스 제품을 구입하고 받는 패키지 상자도 역시 오렌지 컬러인데, 여성 고객들의 소유욕, 과시욕을 오렌지 컬러로 잘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시대에서 바라본 에르메스 오렌지는 오렌지 컬러의 명예, 야망, 성취, 힘, 황혼 등으로 표현한 색으로 인식된다.

반면 오렌지를 부정적 의미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 주황은 빨강과 노랑의 혼합으로 난색 계열에 속하며, 난색 계열이 공통으로 지니는 높은 주목성이 특징이다. 그래서 산업이나 공사 현장 등 위험이나 주의를 요구하는 곳에 특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과거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했던 가장 강력한 제초제가 주황색 드럼통에 담긴 'Agent Orange'라고 알려졌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베트남 전쟁(1961~1971)중 '랜치 핸드 작전(Operation Ranch Hand)의 일한으로 미군에 의해 사용된 고엽제 중 하나의 암호명이었다. 이것은 1940년대 이후 미국에서 별도로 사용된 두 가지의 제초제(2,4-D와 2,4,5-T)의 독특한 혼합물이었는데, 화학물질의 용기에 그려진 오렌지색 줄무늬로 인하여 정부는 이 혼합물을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명명했다. 

에이전트 오렌지에서 보여지는 컬러 이미지는 얄팍한, 남을 지배하려 드는, 비관적인 미군의 모습에서 오렌지의 부정적 면모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