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66. 속세와 산림
채근담 266. 속세와 산림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3.0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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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66. 속세와 산림-후집 41장

 

출세지도(出世之道) 즉재섭세중(卽在涉世中) 불필절인이도세(不必絶人以逃世).
요심지공(了心之功) 즉재진심내(卽在盡心內) 불필절욕이회심(不必絶欲以灰心).

속세를 벗어나는 길은 곧 세상을 건너는 가운데 있나니, 반드시 사람들을 끊고 세상에서 도망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깨닫는 공부는 곧 마음을 다하는 속에 있나니, 반드시 욕심을 끊어 마음을 식은 재처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핵심 주제

  종교, 특히 불교에서는 출가(出家)하여 세속과 모든 것을 끊고 구도생활을 하는 것을 으뜸으로 쳤었다. 초창기의 불교는 반드시 출가하는 것이 원칙이었고 오늘날에도 그런 경향이 짙다. 한편 인도에서 일어나고 중국에서 번영했다가 우리나라에도 전래된 대승불교(大乘佛敎)는 속세에 몸을 둔 채 높은 오도(悟道)와 경지를 목표로 삼는 재가(在家)의 수행이 용인되기도 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는 불교의 근원적 교리이기도 한 관용의 마음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의 문호를 열어 준 반면, 향상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지적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야 어찌 되었든 진짜 수양된 사람은 속세에 있으면서도 속세와 타협하지 않고, 욕심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욕심을 소아(小我)가 아닌 대의(大義)를 위해 행사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