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80. 화분에 심은 꽃
채근담 280. 화분에 심은 꽃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3.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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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80. 화분에 심은 꽃_후집 55장

 

화거분내(花居盆內) 종핍생기(終乏生機) 조입롱중(鳥入籠中) 편감천취(便減天趣).

불약(不若) 산간화조(山間花鳥) 착집성문(錯集成文) 고상자약(顧翔自若) 자시유유회심(自是悠悠會心). 

꽃은 화분 속에 있으면 마침내 생기가 없어지고 새는 새장 안에 있으면 문득 자연의 맛이 줄어든다.

이 어찌 산속의 꽃이나 새가 한데 어울리어 색색의 무늬를 이루며 마음껏 날아서 스스로 한가히 즐거워함만 같겠는가.

논설위원 전형구교수
논설위원 전형구교수

 

* 핵심 주제

자연은 자연 그대로 최상의 경지이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가꾼다든가 집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인간의 욕심에 지나지 않으며 그 자체가 자연 훼손으로서 자연의 가치를 상실하게 마련이다.

 감옥 생활을 오래한 한 인사는 어느 날, 식구가 자기 집으로 새가 담겨 있는 새장을 들고 들어오자 얼른 날려 보냈다고 한다. 감옥살이에 넌더리가 난 까닭도 있겠지만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처사였음에 분명하다.

 산초(山草)를 좋아하고 야조(野烏)를 사랑한다면서 밀렵한 것이라든가 밀채집한 것을 비싼 돈으로 사들이고 가까이 두는 사람, 그리고 관리를 소홀하게 하여 마침내는 죽이고 마는 사람은 결코 그런 것들을 즐길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 하겠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