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93. 물을 잊고 사는 물고기
채근담 293. 물을 잊고 사는 물고기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4.0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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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93. 물을 잊고 사는 물고기-후집 68장

어득수서(魚得水逝) 이상망호수(而相忘乎水). 조승풍비(鳥乘風飛) 이부지유풍(而不知有風).
식차(識此) 가이초물루(可以超物累) 가이락천기可(以樂天機).

물고기는 물속을 헤엄치되 물을 잊어버리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되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이 이치를 알면 가히 물질에 얽매어 있는 것을 벗어날 수 있고 하늘의 오묘한 작용을 즐길 수 있다.
 

*핵심 주제

 인간도 공기를 호흡하지 않고는 단 몇 분도 살아갈 수 없건만 그 공기의 고마움을 깨끗이 잊고 다른 물질에만 현혹되어 살아가고 있다.

본문 중에 나오는 ‘상망호수(相忘乎水)’란 말은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이다. 즉 ‘샘물이 말라서 물고기가 땅 위에 모여 있으며 서로 물기를 끼얹고 물거품을 내어 적셔주는 것은 드넓은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있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했다.

여기서 『장자』는 인위적인 도덕이라든가 의리에 얽매임으로써 하는 수 없이 돕고 도움을 받는 위선적인 생활 보다는 천지의 진정한 도(道) 그대로 살아가는 자유로움을 주장했던 것이다.

저자 홍자성의 말에는 그만큼 날카로운 점은 없지만 자연의 취향에 대한 선망이 깃들여져 있다. 인간 생활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외적(外的)인 것이 아니라 내적(內的)인 것, 다시 말해서 인격, 인품임을 강조했던 것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