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 - 294. 전쟁터에도 피는 꽃-후집 69장
호면패체(狐眠敗砌) 토주황대(兎走荒臺) 시당년가무지지(盡是當年歌舞之地).
노랭황화(露冷黃花) 연미쇠초(烟迷衰草) 실속구시쟁전지장(悉屬舊時爭戰之場).
성쇠하상(盛衰何常) 강약안재(强弱安在) 염차(念此) 영인심회(令人心灰).
여우는 무너진 섬돌에 잠들고 토끼는 거칠어진 궁궐터를 달리나니, 이는 당시 노래하고 춤추던 곳이라. 이슬은 국화에 싸늘하고 안개는 마른 풀에 감도나니, 이는 다 옛날의 싸움터여라. 성함과 쇠함이 어찌 항상 같을 것이며, 강함과 약함이 어디 있겠는가. 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재처럼 싸늘해진다.
* 핵심 주제
번영하는 것도 멸망하는 것도 모두가 찰나의 일일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모두 흔적조차 없어진다. 어느 쪽이 강하고 어느 쪽이 약한지 비교해 보았자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단 말인가?
덧없는 세상에서 싸워 이겼다고 으스댈 일이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은 식은 재처럼 싸늘해져서 현재의 아귀다툼에 초탈해진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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