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297. 개미떼와 파리 떼
채근담 297. 개미떼와 파리 떼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4.1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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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297. 개미떼와 파리 떼_후집 72

 

권귀용양(權貴龍骧) 영웅호전(英雄虎戰). 이냉안시지(以冷眼視之) 여의취전(如蟻聚骧) 여승경혈(如蠅競血).

시비봉기(是非蜂起) 득실위흥(得失蝟興). 이냉정당지(以冷情當之) 여야화금(如冶化金) 여탕소설(如湯消雪).

 

권세 있고 부귀한 사람들은 용처럼 다투고, 영웅과 호걸들은 호랑이처럼 싸우는데,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면 마치 개미떼가 비린내 나는 고깃덩어리에 모여드는 것과 같고, 파리 떼가 다투어 피를 빠는 것과 같다. 시비의 다툼이 벌레처럼 일어나고 이해득실의 싸움이 고슴도치의 바늘처럼 일어서는데, 냉정한 마음으로 대해 보면 마치 도가니 속에서 쇠를 녹이고 끓는 물이 눈을 녹이는 것과 같다.

 

* 핵심 주제

명예와 권세의 문제는 그것들의 희귀성에 있다. 즉 부귀며 권세며 명에는 흔한 것이 아니기에 노리는 자가 많다. 노리는 자에게 나누어 주면 되겠지만 나누어 주면 그만큼 감소되는 것이 권세와 부귀와 명예의 속성이다.

그러기에 부귀며 권세며 명예를 놓고 인간들은 혈투를 벌이게 마련이다. 알고 보면 그처럼 혈안이 되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할 가치까지 있는 것도 아니련만.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