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300. 경호 호숫가
채근담 300. 경호 호숫가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4.1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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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300. 경호 호숫가_후집 75

 

시사재파릉교상(詩思在灞陵橋上) 미음취(微吟就) 임수변이호연(林岫便已浩然).

야흥재경호곡변(野興在鏡湖曲邊) 독왕시(獨往時) 산천자상영발(山川自相映發).

시상(詩相)은 파릉교(灞陵橋) 다리 위에 있으니 나직이 읊조리어 숲과 골짜기가 문득 호연(浩然)해지고, 맑은 흥취는 경호(鏡湖)호숫가에 있으니 혼자서 거닐면 산과 냇물이 스스로 서로 비추인다.

 

* 핵심 주제

시상(詩想), 즉 예술의 영감(靈感)은 얻으려고 애쓴다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동되었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법이다. 순수하고 맑은 흥취도 억지로 만들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위대한 자연을 접할 때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호화로움과 사치는 인위적으로 미화시킨 허상(虛像)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 아름다움은 생명력이 없거니와, 참된 예술품, 창작품은 그런 허상을 배제한 실상(實像)이기에 생명력이 약동하는 법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