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304. 의사와 열사
채근담 304. 의사와 열사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4.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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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304. 의사(義士)와 열사(烈士)_후집 79

 

열사양천승(烈士讓千乘) 탐부쟁일문(貪夫爭一文). 인품성연야(人品星淵也) 이호명(而好名) 불수호리(不殊好利).

천자영가국(天子營家國) 걸인호옹손(乞人號饔飱). 위분소양야(位分霄壤也) 이초사(而焦思) 하이초성(何異焦聲).

열사(烈士)는 천승(千乘)의 나라도 사양하고, 탐욕스런 사람은 한 푼의 돈도 다투나니, 그 인품은 하늘과 땅 차이로되 명예를 좋아함과 이익을 좋아함에는 다를 바가 없다. 천자(天子)는 나라를 다스리고, 거지는 조석 끼니를 구걸하나니 그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로되 애타는 생각의 초조한 소리는 다를 바가 없다.

 

* 핵심 주제

대국(大國)을 사양하는 이상주의자 역시 그 속마음에는 명예를 탐하는 욕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 홍자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제아무리 순수한 사명감에 불타는 행위라 하더라도 자기만족을 목표로 하는 집착의 표현에 불과하다는 것이리라.

이런 극단론이 나오게 된 이면에는 겉으로 고원한 이상을 내세우지만 마음속으로는 현시욕을 숨기고 있는 인간들을 향한 통렬한 비판이 숨어 있다 하겠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