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305. 그저 머리만 끄덕이다
채근담 305. 그저 머리만 끄덕이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4.1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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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305. 그저 머리만 끄덕이다_후집 80

 

포암세미(飽諳世味) 일임복우번운(一任覆雨翻雲) 총용개안(總慵開眼).

회진인정(會盡人情) 수교호우환마(隨敎呼牛喚馬) 지시점두(只是點頭).

세상 맛을 다 알게 되면 손바닥을 엎치고 뒤치어 비를 만들거나 구름을 만들거나 그대로 맡겨 둔 채 눈을 뜨기조차 귀찮아하고, 사람들 마음을 다 깨달으면 소라고 부르거나 말이라 부르거나 그대로 두어 다만 머리를 끄덕일 뿐이다.

 

* 핵심 주제

본문 중 복우번운(覆雨飜雲)’은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杜甫)빈교행(貧交行)손을 뒤집으면 구름이 되고 손을 엎으면 비가 된다(번수작운복수우_飜手作雲覆手雨). 이처럼 어지럽고 경박한 인심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니(분분경부하수수_紛紛輕溥何須數)……,’에서 따온 것이다.

호우환마(呼牛喚馬)’는 장자(莊子) 천도편(天道篇)나를 소라고 불렀다면 소라 생각했을 것이고, 나를 말이라고 불렀다면 말이라 여겼을 것이오. 정말 그대로의 사실에 있어서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이름 붙여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 때문에 화를 입게 될 테니까요(호아우야_呼我牛也 이위지우_而謂之牛 호아마야_呼我馬也 이위지마_而謂之馬 구유기실_苟有其實 인여지명_人輿之名 이불수_而弗受 재수기앙_再受其殃).’ 에서 따온 것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