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근담 311. 식별하고 선택하는 것
체근담 311. 식별하고 선택하는 것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4.27 1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근담(菜根譚) - 311. 식별하고 선택하는 것-후집 86장

천지중만물(天地中萬物) 인륜중만정(人倫中萬情) 세계중만사(世界中萬事).
이속안관(以俗眼觀) 분분각이(紛紛各異) 이도안관(以道眼觀) 종종시상(種種是常).
하번분별(何煩分別) 하용취사(何用取捨).

천지 중의 만물, 인륜 가운데의 만정(萬情), 세계 속의 만사를 속된 안목으로 본다면 분분하여 각각 다르지만, 깨우친 안목으로 본다면 그 여러 가지가 모두 같으니, 어찌 번거롭게 분별할 것이며 어찌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겠는가.

 

* 핵심 주제

  투기군의 청산(靑山)과 시인(詩人)의 청산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시인은 ‘청산의 위대함이여, 현인(賢人)·죄인을 가리지 않고 그 주검을 받아 안식시켜 주는 어머니 품이여!’라며 청산을 예찬할 테지만 투기꾼에게는 그것이 재화(財貨)로만 보일 것이다.

  이처럼 천지간(天地間)의 모든 사물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게 마련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도인(道人)의 경지에 이르면 우주 만물은 하나같이 아름다운 것일 뿐, 그 가운데 호불호(好不好)가 따로 없고 애증(愛憎)의 차이가 없으며 시비(是非)와 곡직(曲直)이 있을 수 없다. 그런 달인의 눈에는 우주 만물이 하나이고 생명체 모두가 사랑의 대상인 것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