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318. 복사꽃 피는 마을과 뽕나무 밭
채근담 318. 복사꽃 피는 마을과 뽕나무 밭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5.0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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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318. 복사꽃 피는 마을과 뽕나무 밭_후집 93장

 

문이졸진(文以拙進) 도이졸성(道以拙成).
일졸자유무한의미(一拙字有無限意味) 여조원견폐(如桃源犬吠) 상간계명(桑間鷄鳴) 하등순방(何等淳龐).
지어한담지월(至於寒潭之月) 고목지아(古木之鴉) 공교중(工巧中) 변각유쇠삽기상의(便覺有衰颯氣象矣).

글은 졸(拙)함으로써 나아지고 도(道)는 졸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하나의 졸(拙)자(字)에 한없는 뜻이 있나니 도원(桃源)에서 개가 짖고, 상전(桑田)에서 닭이 운다는 것은 얼마나 순박하며, 차가운 못(池)에 달이 비추고 고목에 까마귀 운다는 것에 이르러서는 공교롭기는 하나 그 속에서 문득 쓸쓸하고 처량한 기상을 느끼게 되는구나.

 

* 핵심 주제

  작은 기교를 버리는 것, 다시 말해서 졸(拙)의 마음을 관철시킴으로써 예술의 수업도, 도덕의 수업도 크게 전진할 수 있다. 이처럼 졸이란 글자 하나에는 무한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졸은 스스로 그렇게 되기 위해 너무 애써도 안 되는 것이며, 잘 보이려고 애쓰는 허영의 마음도 없어야 한다.

  요컨대 문장이건 도(道)이건 산에 미사여구로 기교만 부린다든가 기지만으로 일관해서는 참된 문장이나 참된 도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졸한 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