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320. 주체자의 마음과 둘러싼 외경
채근담 320. 주체자의 마음과 둘러싼 외경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5.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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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320. 주체자의 마음과 둘러싼 외경_후집 95장

 

이적즉사적(理寂則事寂). 유사집리자(遺事執理者) 사거영유형(似去影留形).

심공즉경공(心空則境空). 거경존심자(去境存心者) 여취전각예(如聚羶却蚋).

 

  도리(道理)가 비어 쓸쓸하면 일도 비어 쓸쓸할 것인데, 일을 버리고 도리만 잡으려는 것은 마치 그림자는 버리고 형체만 머물게 하려 함과 같다. 마음이 비면 환경도 비는 법인데 환경은 버리고 마음만 지니려는 것은 마치 비린내 나는 고깃덩어리를 모아놓고 쇠파리를 쫓으려는 것과 같다.

 

* 핵심 주제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있듯이 우주 만물의 사상(事象)은 우주 만물의 도리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 마음이 깨끗하면 환경 역시 깨끗하게 보인다. 주관이 뚜렷한 사람은 노름판에 앉아 있든 술집에 앉아 있든 그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사상과 환경을 탓하며 산속으로 들어가 은둔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그 사람 자신이 비록 산속에 은거한다 하더라도 속세의 마음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면, 즉 본성과 근본이 깨끗해지지 못했다면 그것은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원인은 접어두고 결과만을 탓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