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321. 유유자적한 은인의 풍류
채근담 321. 유유자적한 은인의 풍류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5.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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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321. 유유자적한 은인(隱人)의 풍류-후집 96장

 

유인청사총재자적(幽人淸事總在自適). 고주이불권위환(故酒以不勸爲歡) 기이부쟁위승(棋以不爭爲勝).
적이무강위적(笛以無腔爲適) 금이무현위고(琴以無絃爲高). 회의불기약위진솔(會以不期約爲眞率) 객이불영송위탄이(客以不迎送爲坦夷).
약일견문이적(若一牽文泥跡) 편락진세고해의(便落塵世苦海矣).

은둔자의 맑은 흥취는 유유자적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술은 권하지 않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바둑은 승패를 다투지 않는 것으로 참 승부를 삼고, 피리는 구멍이 없는 것으로 적당하다 하고, 거문고는 줄이 없는 것으로 고상하다 하며, 만나는 것은 기약하지 않는 것으로 참되다 하고, 손님은 마중과 배웅이 없는 것으로 스스럼이 없다 하나니, 만약 한 번 예절에 끌리고 형식에 잡히면 곧 진세(塵世)의 고해(苦海)에 빠질 것이다.

 

* 핵심 주제

  술은 무리하게 권하지 않고 또 권한다고 해서 무리하게 마시지 않는 것이 즐거움이라 했고, 피리와 거문고는 잘 불고 못 뜯고 간에 음색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친지나 친구를 만날 때도 약속 따위를 해서 피차 부담을 느낄 것이 아니라 우연하게 만나는 것이 참 반가움이며, 손님이 오더라도 송영(送迎)을 하지 말아서 오고가는 것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관습이나 형식에 사로잡히면 풍아의 정(情)이 속세의 사교와 다를 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