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322. 태어나기 이전의 모습
채근담 322. 태어나기 이전의 모습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5.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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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322. 태어나기 이전의 모습-후집 97장

 

시사미생지전(試思未生之前) 유하상모(有何象貌) 우사기사지후(又思旣死之後) 작하경색(作何景色).
즉만념회냉(則萬念灰冷) 일성적연(一性寂然) 자가초물외유상선(自可超物外遊象先).

시험삼아 이 몸이 생겨나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생각해 보고, 또 죽은 후에 무슨 꽃이 될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곧 일만 가지 생각이 다 사라져서 식은 재와 같아지고, 본성만이 적연(寂然)히 남아 스스로 만물 밖에 초월하여 상선(象先)에서 높게 될 것이다.

 

* 핵심 주제

  인생을 가리켜 무(無)에서 왔다가 무(無)로 돌아간다고 하고 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한다. 이는 불교(佛敎)에서 주장하는 바인데, 그러나 이 세상에 쌓는 업보에 따라 내생에서 그 보응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영혼이 육체를 쓰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한다. 한평생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영혼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되고, 그 육체는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어찌 되었든 이 한평생이 사람에 따라 길고 짧을 수는 있지만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대원칙을 어느 누구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죽은 후의 모양을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가족, 친지, 친구 등의 오열 속에서 장례가 치러질 것이고 어느 한적한 산속에 묻히거나 아니면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로 화할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바로 나요, 우리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