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331. 보는 것과 듣는 것의 재미
채근담 331. 보는 것과 듣는 것의 재미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5.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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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331. 보는 것과 듣는 것의 재미-후집 106장


산거(山居) 흉차청쇄(胸次淸洒) 촉물개유가사(觸物皆有佳思).
견고운야학이기초절지상(見孤雲野鶴而起超絶之想) 우석간류천이동조설지사(遇石澗流泉而動澡雪之思).
무로회한매이경절정립(撫老檜寒梅而勁節挺立) 여사구미록이기심돈망(侶沙鷗麋鹿而機心頓忘).
약일주입진환(若一走入塵寰) 무론물불상관(無論物不相關) 즉차신역속췌류의(卽此身亦屬贅旒矣).

산속에 살면 마음이 맑고 시원하여 대하는 것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외로운 구름과 들의 학을 보면 속세에서 초월한 생각이 들고, 돌 사이를 흐르는 샘물을 만나매 때 묻은 마음을 씻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며, 늙은 전나무와 추위 속의 매화를 어루만지매 절개가 우뚝 서고, 모래밭 갈매기와 사슴들과 노닐매 번거로운 마음을 다 잊게 된다. 만약 한 번 속세로 뛰어들면 외물(外物)과 상관하지 않을지라도 곧 이 몸 또한 궂은 존재가 될 것이다.

* 핵심 주제

산속에서 자연과 벗하며 삶을 즐기는 은둔자의 생활을 예찬하고 있다. 어찌 보면 앞의 구절과 모순되는 듯 하지만 몰아지경에 이르러 진정 속세를 떠나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의 참모습을 찬양했다는 점에서 확연히 구별된다.

자아를 버리고 자연 속에 파묻힐 때만 진정 자유인이 되는 것이며 자연과 일체가 된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