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332. 맨발 산책
채근담 332. 맨발 산책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5.23 2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근담(菜根譚) - 332. 맨발 산책_후집 107장

 

흥축시래(興逐時來) 방초중(芳草中) 철리한행(撤履閑行) 야조망기시작반(野鳥忘機時作伴).
경여심회(景與心會) 낙화하(落花下) 피금올좌(披襟兀坐), 백운무어만상유(白雲無語漫相留).

흥취가 절로 일어 맨발로 향기 그윽한 풀숲을 거닐면 새도 겁내지 않고 와서 벗이 되고, 경치가 마음에 맞아 옷깃을 헤치고 낙화 속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구름도 말없이 곁에 와 머문다.

 

* 핵심 주제

  자연의 풍경을 감상한다기보다 자기 자신도 자연 속으로 용해되어 자연을 즐기는 풍정이다. 순수한 감정의 발로(發露)는 때로 자기 자신까지 잊게 만든다. 기쁨이 절정에 이르면 흥이 넘치고, 그래서 사람은 격식을 떠나기도 한다. 흥이 넘치는 여러 가지 경우 중에 자연 속에서 그런 기쁨을 맛본다는 것은 실로 고차원적인 기쁨임에 틀림없다.

  그런 경지에 이르면 자연 속의 조수(鳥獸)까지도 벗이 되어 주고, 자연 속의 풍물들도 친밀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똑같은 자연을 대하더라도 사욕(私慾)에 사로잡힌 자는 이런 경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니 그 두 부류의 사람들 사이에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단 말인가.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