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336. 가을에 떨어진 잎
채근담 336. 가을에 떨어진 잎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05.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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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담(菜根譚) - 336. 가을에 떨어진 잎_후집 111장

 

초목재영락(草木纔零落) 편로맹영어근저(便露萌穎於根底). 시서수응한(時序雖凝寒) 종회양기어비회(終回陽氣於飛灰).

숙살지중(肅殺之中) 생생지의상위지주(生生之意常爲之主). 즉시가이견천지지심(卽是可以見天地之心).

 

  풀과 나무는 시들어 떨어져도 문뜩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계절은 비록 얼어붙는 추위가 닥쳐와도 마침내 봄기운은 비회(飛灰)에 돈다. 만물을 죽이는 가운데서도 자라나게 하는 뜻이 항상 주인이 되어 있으니 이로써 가히 천지의 뜻을 볼 수 있다.

 

* 핵심 주제

  가을철의 낙엽 진 나목(裸木)과 엄동설한의 혹한(酷寒)은 삼라만상을 고요 속에 몰아넣어 마치 죽은 듯 생성을 중단시킨다. 그러나 그것은 새 생명의 잉태를 뜻하는 것이지 결코 죽음이 아니다. 인간도 자신의 아집과 정욕을 억제함으로써 마치 죽은 사람인 듯 조용히 지낼 때 그것은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나의 잉태와 탄생을 의미한다.

  내 속사람이 죽고 다시 새사람으로 거듭난다는 것은 인격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이 대자연의 섭리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좀처럼 내 아집과 정욕을 버리지 못하는 데서 대자연의 섭리를 거역하게 되고 마침내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 되고 만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