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속이는 말들
우리를 속이는 말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0.10.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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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박사의 독서경영

 

[칭창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우리를 속이는 말들』 (박홍순, 웨일북(whalebooks), 2020). “낡은 말 속에는 잘못된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들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모순된 말에 대하여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말은 일상과 함께 시작해 함께 끝이 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말을 통해 생활해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통념의 말에 권력과 사회적 강자의 의도가 들어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말의 덫에 걸리게 된다. 이러다 보면 상황과 의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말도, 처음부터 조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말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익숙해지게 된다.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은 “사회적 통념의 말에 권력과 사회적 강자의 의도가 들어가 생각 왜곡을 걸러내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데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제 더는 당연하게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고,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상식이라는 덫을 의심할 때, 비로소 타성에 젖은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통념을 형성하는, 그러면서도 사람의 사고와 행위를 왜곡할 위험성이 큰 말들을 추렸다.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1은 인간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심어주는 상식으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공부는 때가 있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다 이기적이다”라는 여섯 가지 소주제를 통해 인간에 대한 편견의 말을 소개하고 있다.

파트 2는 세상에 관한 왜곡된 사고방식을 퍼뜨리는 상식으로 “아는 만큼 보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소확행을 즐겨라”, “손님은 왕이다”, “그놈이 그놈이다”, 그리고 “여성은 모성애가 있다” 등 여섯 가지 소주제를 통해 세상을 왜곡시키는 말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문제는 말의 사용이 그다지 공평하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상식의 상당 부분이 구성원에 의한 자발적이고 동등한 합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사회 강자나 지배 세력이 자신의 영향력과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사용한다. 과거나 현재나 말을 만들고 유포하는 주도권은 사회적 강자에게 있다. 대부분 상식은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 <저자의 말_말은 우리의 생각을 조종한다> 중에서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현재를 사는 모든 사람, 그리고 과거에 살았고, 또한 미래에 나타날 누구의 성격과도 동일하지 않다. 천 명이 있으면 천 개의 성격이 있고, 백만 명이 있으면 백만 개의 성격이 있을 뿐이다. 다원성은 인간 행위의 조건이다. 그러므로 인간 각자가 지닌 유형과 성격을 동일성에 기초해 하나로 종합하여 규정할 수 없다.

동일성으로 묶으려는 순간 특별한 유일성을 놓쳐버린다. 그러한 의미에서 적어도 인간 본질에 대한 규정은 철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며 본질에 접근하려는 것은 우리 능력 밖의 일이다. -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_열을 봐도 하나를 알기 어렵다> 중에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공부 이외의 다른 곳에 관심을 두는 학생에 대해 부모가 제일 자주 던지는 충고는 ‘공부는 때가 있다“라는 것이다. 현재 청소년이든 아니면 어른이든, 초, 중, 고등학교 학생 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단순히 공부가 청소년이 중시해야 할 여러 과제 중 하나라는 이야기라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는 말이다.

하지만 공부가 중요하다는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다. ‘공부도’가 아니라 ‘공부는’이다. ‘공부는’ 때가 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공부 이외의 다른 부문은 나중에 해도 된다는 데 있다. 공부는 청소년 시기에 놓치면 다시 기회가 없으니, 다른 관심 분야로 허송세월하지 말고 공부에만 집중하라는 이야기다. - <공부는 때가 있다_공부 기회는 지금뿐이야> 중에서

무한 경쟁은 사회 구성원 서로를 경쟁자로 만든다. 상대방을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도태되는 상황에서 속마음을 보이기 어렵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기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라 처신해야 한다. 안정된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수시로 또 다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사이에 참되고 올바른 성질을 확인하기 어려운 조건, 서로 신뢰하기 어려운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희소한 재화를 갈망하는 사람이 많듯이, 반대급부로 진정성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었다. -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_저 사람은 진정성이 없어> 중에서

하지만 현재 한국 청년은 가능성을 제거 당했다는 점에서 청년이되 청춘은 아니다. ‘삼포세대’니 ‘N포세대’니 하는 말들이 가능성을 박탈당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청년들이 마주하는 한국 현실이 어떠하기에 가능성을 떠올리는 일조치 사치가 되어버렸는가?

어떤 청춘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망과 밀접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싶겠는가.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하려면 최소한의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당장의 방세와 끼니, 매달 돌아오는 대출상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애에 신경을 쓸 마음의 여유조차 없기 마련이다. 설사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해도 가난한 취업 준비생을 원하는 짝을 찾기가 어렵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_불확실과 불안 속에 사는 청춘> 중에서

“손님은 왕이다.” 소비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리츠칼튼의 창업자이자 ‘근대 호텔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자르 리츠가 손님이 왕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유행시켰다. 당시 이 호텔의 주요 이용객은 왕족과 귀족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왕이나 그에 준하는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하면서 생긴 말이다.

문제는 이 말이 상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회 차별과 억압의 도구로 사용괸다는 점이다. 손님을 와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자신이 마음대로 부려도 되는 하인 정도로 취급하는 태도가 만들어진다. 직원으로서의 일반 업무 이상의 서비스, 심지어 인격적인 굴욕까지 감내해야 하는 과도한 서비스를 손님과 업주에게 강요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손님은 왕이다_손님이 제왕이 되다> 중에서

적어도 모성애를 근거로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태도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자 억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부모라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공통적이고, 육아도 예외일 수 없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태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나아가서 아이들이 사회를 이끌어나갈 다음 세대라는 점에서 육아는 사회적 성격도 함께 지닌다. 현대사회에서 육아의 공공성 강화는 피할 수 없는 방향이다. 아이들을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 <여성은 모성애가 있다_모성이라는 신화의 역사>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의사소통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가 없다. 말로 타인과 관계를 맺게 되며 공동체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살아 움직이는 현재까지 일상에서 말이 자연스레 스며들었기 때문에, 자신이 말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정도이다. 마치 매 순간 숨을 쉬거나 움직이면서도 이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만큼 말은 인간의 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림이나 접해보지 못했던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림을 소개하면서 그림에 얽혀 있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에 대한 편견이나 왜곡을 짚어주고 있다. 또한 소주제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선입견이라는 것을 갖고 접하게 되는 오류를 지적해 주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식이 만들어낸 덫에 의심의 눈길을 보낼 때 인간과 세계에 대한 주요 문제에 속지 않을 기회가 주어진다. 긴장의 고삐를 바짝 조이면 말에 의한 생각 왜곡을 어느 정도 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관성적인 생각과 행위를 멈추고, 상식에 의문을 품고, 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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