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육현주 교육이사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육현주 교육이사
  • 김나운 기자
  • 승인 2020.11.15 23: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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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문화재단 신중년 문화예술교육 '머물다, 나답게' 교육중
연수문화재단 신중년 문화예술교육 '머물다, 나답게' 교육중

[칭찬신문=김나운 기자] 사회경제적 문화의 변동으로 우리 사회의 기존 공동체 문화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주거비용 부담의 증가, 결혼 문화에 대한 가치관 변화,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해체 등 다양한 이유로 1인가구가 증가하는 세상이다. 여기에 더해 이웃 간의 관계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회변화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다. 기존 공동체 문화가 해체되어감에 따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주거를 마련하고 새로운 공동체로서의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물결도 필연적으로 생겨났다. 더함플러스는 그러한 물결의 하나로서 설립된 소셜벤처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셰어하우스, 코하우징, 홈셰어링, 협동조합주택 등 다양한 주거공유 문화와 공동체 주거를 우리 사회에 확산하고 촉진하기 위해 여러 활동에 힘쓰고 있다.

더함플러스는 주거공유 및 공동체주택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 다양한 공동체주거 욕구를 가진 수요자들의 커뮤니티를 발굴, 육성하고자 한다. 그런 목표를 위해 문화재단이나 도서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동체주거에 대한 관심이나 욕구는 당사자의 자발적 참여일 때 다양성과 확장성이 보장되며, 때문에 소통과 인문학적 관점이 중요하다. 사람에 대한 관심 없이는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한 삶을 살아오며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유별나졌다는 더함플러스의 육현주 교육이사는 더함플러스의 철학과도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육현주 교육이사는 공동체주거를 기본으로 사회적 관계, 세대 통합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50+세대의 생애에 활력을 불어넣는 교육사업의 중심축을 맡고 있다. 여러 종목에서 학교 대표를 맡고 합창반 활동에 열렬히 참여해 기획력을 연마하는 등 학창시절부터 사람들과 깊이 교류하는 사회적이고 활동적인 인물이었다. 육 이사의 인문학은 어머니와의 추억에서 시작된다. 가족들을 부양하는 데에 많은 희생이 있었음에도, 육 이사의 어머니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녀에게 문화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 주시는 분이셨다. 명화 달력이나 잡지나 신문에 실린 작품들을 스크랩하여 갤러리를 열고, 외출하는 날이면 거리 곳곳의 간판이며 영화 포스터에서 한자를 익힐 수 있도록 해주셨다. 기회가 닿는 대로 공연장이나 전시회장을 함께 찾기도 하셨다. 세계문학과 음악으로 내면을 들여다보던 감수성 예민한 소녀는 그렇게 엄마라는 창을 통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며 자신의 정서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배경은 육 이사가 중어중문이라는 인문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도록 살아오신 어머니와 장애가 있는 오빠를 곁에서 보고 자란 육 이사는 어릴 때부터 곤경에 빠지거나 약한 쪽에 있는 사람들을 눈여겨보았다. 타인의 삶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녀가 일생일대의 사건을 겪게 된 것 역시 마음에 여유가 없는 이와 우연히 만나 교류를 하고 다독여주던 차에 생긴 일이었다. 삶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 이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사람은 결국 큰 빚을 남기고 잠적하며 그녀를 배신했다.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었다. 평생 가족과 주변의 이웃들을 돌보며 살아왔던 육 이사가 절망을 느낀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난한 삶의 굴곡과 상처는 육 이사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시련 속에서 그녀를 보살펴준 따뜻한 온정들을 느끼게 된 덕분이었다. 회한에 빠져 삶의 의지를 잃고 식음을 전폐하고 있을 때 끼니를 신경 써주고 곁을 지켜준 사람, 전화를 걸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느끼게 해준 사람, 그녀가 절망을 견뎌내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채워지던 작은 경제적 도움과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주어지는 기회들...... 완전한 빈 손이 되어 주저앉자 그 손을 잡아주고 채워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나긴 자괴감과 무력감 속에서 육 이사를 건져 올린 것이 바로 주변 사람들의 손길이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재기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것은 그녀가 살아오면서 얼마나 따스한 마음으로 남을 돕고 돌보고 인연을 맺었는지 알게 해주는 모습이다.
 

2020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생생인문학, 의성을 일으키다'
2020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생생인문학, 의성을 일으키다'

일생에 걸친 탐독은 지식과 상상이 결합하도록 하여 스토리텔링에 힘을 실어주었고 좌절의 경험은 굳은살이 되어 육 이사의 이야기에 사람 냄새를 더해주었다. 스스로를 용서하고 다시 자신의 힘으로 걸을 수 있게 될 때 즈음, 육 이사는 자신의 강연을 찾은 청중들에게 아픈 과거들을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번의 헛디딤으로 주변의 도움을 받게 되었을 때 느꼈던 부끄러움과 그보다 더 컸던 따뜻한 감동까지. 놀랍게도 사람들은 육 이사의 고백과 진솔한 감정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힘들었던 상처와 치유의 과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준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육 이사는 그 모든 고통의 의미를 찾게 되었다. 지옥의 늪에 빠져 허덕일 때 손을 내밀고 곁을 지켰던 모든 사람들, 그들에게 느꼈던 감사와 마음의 빚을 이제는 남을 치유하는 것으로 갚을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상처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낮은 곳에서 공감하며 다른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법이다.

2019년 의성군립안계도서관의 의뢰로 육현주 교육이사가 기획한 노년 인문학프로그램은 의성 지역 7080세대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95%의 출석률과 강의만족도까지 모두 잡은 성공적 기획이라 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의성군립안계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한 길 위의 인문학사업에 참여한 총 28개의 도서관 중에서 올해의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되었고, 최고상인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자 한국도서관협회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쾌거를 바탕으로 2020년에는 의성군립안계도서관에서 앵콜 강연으로 길 위의 인문학과 독서인문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탐방 프로그램에 관심을 두고 나들이를 명목으로 출석했던 어르신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의에 푹 빠지는 모습은 육 이사에게 보람을 느끼게 했다. 서양화를 한 번도 본 적 없더라도 강의를 통해 배우고, 화가들의 그림과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응용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긋한 연세의 수강생들이 열심히 강의 내용을 받아 적고 잠을 쫓아가며 강의에 열중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상대를 미리 규정 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여 믿기 시작하면 누구나 자생력으로 뭔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육 이사는 이야기한다. 7080대의 시니어들은 절대로 무용한 존재가 아니며, 이 평범하고 평화로운 사람들이 역사의 한 부분이고 힘이었음을 배우게 되었다는 뜻이다.
 

'꽃, 책으로 피다' 후배 윤현실 공동대표와 함께
'꽃, 책으로 피다' 후배 윤현실 공동대표와 함께

얼마 전 육 이사는 경기도 양평에 , 책으로 피다라는 문화 공간을 마련했다. 좋은 사람들과 밥을 먹고, 문화 예술을 즐기고, 생각을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육 이사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이다. 혼자 찾아와도 꽃을 바라보며 커피 향을 맡고 있는 것만으로 외롭지 않은 곳,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하고 싶을 때 찾아오는 곳,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 서로 인사하고 다른 세대와 만나 서로 존중하고 배워가는 곳. 낯선 이들의 함께 여는 축제가 무시로 열리는 곳. 늘 로컬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는 육 이사는 지역민들이 담장을 허물어 함께 하고 그 속에서 개별화된 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 책으로 피다는 나 자신과 만나고 나 자신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신의 취향이나 내면을 새로이 발견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교의 장이 , 책으로 피다의 지향점이다. 방문자들의 후기 속에 사람 냄새 나는 편안하고 따뜻한 곳이라는 문구가 있는 것은 아늑한 공간이 주는 위로 속에서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육 이사의 마음이 그곳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콜라보 공연 후 소프라노 김미현님, 풀피리 김충현 교장선생님 등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콜라보 공연 후 소프라노 김미현님, 풀피리 김충현 교장선생님 등

육현주 교육이사는 확언한다. 절대적인 절망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곁을 지켜준다면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그렇기 때문에 육 이사는 앞으로도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할 것이다. 그것이 날개 잃은 새도 날 수 있게 하는 방법임을 확신하면서 말이다.

오롯한 자기 자신으로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그리는 더함플러스 육현주 교육이사. 그런 그녀에게 꿈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본다면, ‘애석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살 뿐, 꿈이나 목표를 세워본 기억은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과 눈앞의 사람에 집중하며 오로지 이 순간, 여기에 충실히 몰입하는 것이 육 이사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거창한 꿈이 없어도 좋다. 크게 상처 입은 일이 있었더라도 좋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다 보면, 서로에게 뻗어진 손과 손을 통해 삶은 이내 행복으로 다시 피어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