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박사의 독서경영 - [마음을 덧그림]
전박사의 독서경영 - [마음을 덧그림]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1.03.0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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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스무 살이 된 학생이 어떻게...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마음을 덧그림』 (전주연/그림자씨, 에이원북스, 2020). 이 책은 저자가 그림자씨라는 가공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대학진학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었던 저자는 정작 ‘나’라는 존재감이 점점 줄어들어 가던 10대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위해 뭐라도 해야되겠다는 생각으로 글과 그림을 그렸다.

 ‘그림자씨’는 말 그대로 ‘그림자’를 의인화하여 저자가 만든 캐릭터다. 저자의 불안과 우울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림자는 밝음 속 어두운 부분을 나타낸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열아홉 살 저자의 상태를 잘 표현해주는 것이다. 외면하면 할수록 커져만 가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선택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압박감 등의 수많은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서 감정에서 탄생한 캐릭터다.

이 책은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RELATIONSHIP_그림자씨가 느끼는 ‘관계’”라는 주제로 13편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장은 “MYSELF_그림자씨가 그리는 ‘나’”라는 주제로 15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이야기 소개하고 있다. 3장은 “FUTURE_그림자씨가 꿈꾸는 ‘미래’”라는 주제로 13편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4장은 “MEMORIES_그림자씨가 돌아보는 ‘추억’”이라는 주제로 10편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5장은 “HAPPINESS_그림자씨가 좇는 ‘행복’”이란 주제로 10편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바라는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6장은 “COMFORT_그림자시가 전하는 ‘위로’”라는 주제로 17편의 스토리를 통해 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생을 즐기기도 하고, 다양한 도전을 하고, 엉뚱한 행동들도 많이 합니다. 이것이 그림자씨를 통해 가장 크게 전하고픈 메시지에요. 우리는 행복하지만 하지 않다는 거예요. 다들 온전히 다 표현하지 못할 뿐 속으로 작던 크던 우울, 불안, 슬픔이 있죠. 그것들을 당당히 마주하고 가끔 부딪혀보고 남들을 이해할 수 없는 도전도 하고 그냥 가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자기가 즐거운 그대로 결정했으면 해요. 그럼 언젠가는 각자의 그림자씨가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질 거라 믿어요. 모두가 각자의 그림자씨를 인정하고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그날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 중에서

 때론 무언가에 갇혀있다는 생각에 답답할 때가 있죠.
 이 기분에서 얼른 탈출하고픈데 혼자 힘으로는 힘들더라고요.
 결국 탈출시켜주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손길인 것 같아요.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누군가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따뜻한 힘들이 연결되고 연결되다 보면 얼마나 예쁜 세상이 될지 기대가 돼요. - <그림자씨가 느끼는 ‘관게’_바코드 감옥> 중에서

 살아가면서 운이 안 따라주는 경우가 있었나요? 운은 ‘우연히’, ‘갑자기’라는 단어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기다리다 보면 마법처럼 올 것만 같잖아요!
 요즘에서야 드는 생각은 운이야말로 내가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네잎 클로버를 찾으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잎 클로버의 잎사귀 중 하나를 뜯어내도 되는 거니까.
 불운조차 행운으로 바꿀 수 있는 건 나에게 달린 거 같아요. - <그림자씨가 보는 ‘나’_UN-LUCKY> 중에서

 퍼즐을 맞춘다는 건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과 비슷해 보여요.
 한 조각조각만 봐서는 무슨 그림이 나올지 전혀 예상이 안 간달까요.
 그림이 모습을 나타낼때가지 조각들을 채워나가는 시간들이 두렵고 지치기도 하네요.
 근사한 그림이 나올 조각들이라 믿으며 오늘을 살아가요. - <그림자씨가 꿈꾸는 ‘미래’_꿈 조각> 중에서

 시간은 야속하게도 참 빠르게 까는 듯해요.
 나의 어제를 곱씹어보기도 전에 내일이 오는 느낌이랄까요.
 가끔은 조금만 천천히 가달라고 시곗바늘을 붙잡고 싶기도 하네요.
 간직하고 싶은 시간만이라도 조금만 천천히 가기를 - <그림자씨가 돌아보는 ‘추억’_시간> 중에서

 택배를 시키면 비행기처럼 빨리 왓으면 좋겠다는 마음.
 오지 않을 것만 같던 택배가 잊을만하니까 찾아오네요.
 행복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가끔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행복하지 않기도 하죠.
 그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행복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_ <그림자씨가 좇는 ‘행복’_행복 택배> 중에서

 이리저리 굴러 상처가 많고 울퉁불퉁해 보이는 떨이 사과.
 항상 마지막까지 선택을 받지 못하고 남아있어요.
 누군가는 알아주겠죠.
 상처 속에 담긴 힘든 과정들을 버텨온 그 사과를요.
 그 과정을 버텨왔기에 속은 어떤 사과보다 단단할 거라고요.
 마지막까지 버텨온 떨이 사과의 하루가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 <그림자씨가 전하는 ‘위로’_떨이 사과>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이 책의 주인공은 ‘그림자씨’다. 저자의 불안과 우울함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그림자는 누군가의 발바닥에 머무는 미미한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느긋하다 .밝고 긍정적이며, 다른 사람을 향한 마음이 따뜻한 존재가 바로 그림자씨다. 독자들을 향해 “오늘 기분이 어떠셨나요?” “지금 이 시간을 그저 흘러보내고 있지는 않나요?”라고 묻고 있다. 그리고 가슴 속 깊은 울림을 주는 위로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가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건 비단 저자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동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보았을 문제들이다. ‘관계’, ‘나 자신’, ‘미래’, ‘추억’, ‘행복’, ‘위로’라는 주제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러다 보니 고민을 안 해볼 수 없는 것들이다.

여기에 대한 문제의 답은 정해져 있다. 바로 나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 중심의 생활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라는 것은 아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스무 살이 넘어서면 성인이다. 성인이기에 자신의 행동과 말에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만 주체적인 삶을 당당하게 영위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림자씨를 그리는 동안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열아홉 살과 스무 살의 풋풋한 순수함을 담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이 된 학생이 어떻게 이런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코로나 19와 여러 사건들로 연일 우울한 뉴스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쏟아지는 요즘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이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과 위로를 받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음속 깊이 있는 각자의 그림자씨를 꺼내 지워져가는 마음속 이야기들을 덧그려보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아마도 자신의 마음을 훔쳐보고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