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1.03.31 0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박사의 독서경영 - [오래된 미래]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중앙books, 2015). “라다크로부터 배우다”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언어학자인 저자가 언어 연구를 위하여 찾아간 라다크에서 생활하는 동안 보고, 경험하고, 느낀 점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이 1992년 발간된 이후 세계 50여 개 나라에서 번역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서구세계와는 너무나도 다른 가치로 살아가는 라다크 마을 사람들을 통해 사회와 지구 전체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혹독한 기후와 빈약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생태적 지혜를 통해 천년이 넘도록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온 라다크가 어느 순간부터 서구식 개발 속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사회적으로 분열되는 과정을 통해 불안한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게 되었다. 저자는 결국 사회적, 생태적 재앙에 직면한 우리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은 개발 이전의 라다크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전통에 관하여”라는 주제에서는 7가지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라다크 주민들이 자연과 함께 하는 삶, 그 생활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 가는 인간관계 그리고 그들 생활 속에서 녹아들면 느낀 점을 소개하고 있다. 제2부 “변화에 관하여”라는 주제에서는 7가지 이야기를 통해 점차 서구 문화의 침략과 라다크의 개발에 다른 문제점을 바라보면서 깨달은 점을 정리하고 있다. 제3부 “미래를 향하여”라는 주제에서는 4가지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외부인이자 그 속에서 함께 살아온 유일한 라다크어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 라다크를 지키기 위해 사회학자로 변신하여 라다크의 개발에 직접 참여한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위협받는 생태계에 대해 저자가 가지고 있는 우려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하며 현대화를 위한 개발 계획들이 초래하는 많은 문제점에 대해 해결책을 모색해온 그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라다크 사람들이 지켜온 그 소중한 생활태도, 다시 말해 서로를 향한 그리고 그들의 환경에 대해 간직해온 자연스러운 책임의식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고, 새로운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면 라다크 사람들의 미래는 무척 밝을 것이라 생각한다. - <추천의 글; 달라이 라마_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의 회복을 위하여> 중에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세계가 너무 한족으로 치닫지 않아 균형을 유지하도록 그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도시와 지방, 남성과 여성 그리고 문화와 자연 사이의 균형을 복원해야 한다. 라다크 사례처럼 우리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해주는 상호연계의 의미를 이해함으로써 향후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라다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 폭넓은 시각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치유할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 <프롤로그_라다크로부터 배우다> 중에서

혹독한 기후와 부족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라다크 사람들은 단순한 생존 이상의 의미를 갖는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지극히 기초적인 작업 도구만을 가진 이들이 그토록 만족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게 느껴진다. 쟁기와 베틀 같은 것을 제외하고 라다크에서 ‘기술’이라 부를 만한 것은 간단하지만 정교한 구조로 고안된 물레방아 정도이다. 그것 말고는 삽이나 톱, 낫과 망치 같은 연장들이 있을 분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그보다 더 복잡한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커다란 기계의 힘이 필요한 작업을 하는 경우 이들은 동물의 힘을 빌리거나 협동 작업으로 해결한다. - <전통에 관하여_대지와 함께 하는 삶> 중에서

현대식 교육은 지역의 자원들을 무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자기 자신과 자신들의 고유문화에 대한 열등감을 갖게 만든다. 그들은 자존심을 빼앗겨버렸다. 학교의 모든 교육 내용은 서양의 것들이 우월한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으며, 그 직접적인 결과로 어린 학생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전통을 부끄러워 하게 되었다.

현대식 교육은 글을 읽고 쓰는 것이나 수를 이해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눈에 보이는 발전을 가져왔다. 또한 라다크 사람들이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갖는 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라다크 사람들은 서로와 땅으로부터 분리될 수밖에 없었고 세계 경제의 사다리 제일 아래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 <변화에 관하여_서양을 배우다> 중에서

라다크 사람들에게는 아직 서구지향적 경제개발의 그 무수한 함정들을 피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인구의 상당 부분이 경제적으로 독립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활동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듯하다. 지금 라다크 내부에서는 개발이 다른 관점에서 조명되고 있다. 그리고 외부세계의 사람들에게 있어 생태적 개발의 모델로서의 잠재력과 전통문화 수호에 성공하고 있는 라다크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자연친화적 미래를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 <미래를 향하여_라다크 프로젝트> 중에서

오늘날 글로벌경제의 출현과 날로 증대되는 과학기술의 영향력으로 인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문화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다. 자연의 세계에 있어 다양성이란 절대적으로 피할 수 없는 생명의 근본원리이다. 우리는 하찮게 여기던 벌레나 풀 한 포기마저도 우리의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놀랄만한 속도로 멸종되어가는 동식물들이 최근 주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 <에필로그_오래된 미래>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히말라야 고원지방 라다크’는 어느 순간부터 ‘환경’이라는 주제어가 떠오르면 생각나는 지명이다. 또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도 떠오르는 이름이다. 스웨덴 출신의 여성으로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드러간 라다크에서 몰려드는 개발의 물결에 변화를 겪는 라다크를 보면서 사회 활동가로의 역할을 통해 미래 사회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고 있는 책이다.

우리의 60-70년대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라다크를 보면서 개발의 명암을 생각해보게 된다. 누리네 농촌이나 산촌 역시 라다크의 생활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3대가 함께 생활하는 대가족제, 전기가 없어 호롱불로 긴긴밤을 보내던 시절,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 등등 책에서 이야기하는 라다크의 생활상과 흡사했다.

우리는 경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시작된 산업화와 새마을 운동이라는 것을 통해 농촌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환경파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 사람과 자연과의 괴리 등이 경제 개발의 나쁜 요소로 등장하였고, 경제적 부의 증가, 생활의 편리함 등은 경제 개발의 좋은 요소로 나타났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모습은 아니다. 전 세계가 같은 과정을 답습해가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 이전의 사회에서 산업화를 통해 경제 개발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병폐는 특별히 차별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제 개발을 통한 발전은 어느 순간 인간에게 엄청난 화로 다가오고 있다. 이상기후를 통한 태풍이나 가뭄과 강수 등은 점점 지구를 병들어가게 하는 것들이다.

인간이 편하자고 쉽게 사용하는 1회용 플라스틱을 비롯한 1회용품들을 함부러 버려 강으로 흘러들어가 결국은 바다에서 거북이 몸속으로, 고래 몸속으로 들어가 생명체에게 죽음을 가져다주는 사태가 여기저기에서 발생하고 있다. 더워지는 지구의 온도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생존할 터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 역시 지구가 점점 한계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반증을 보여주는 일들이다.

경제개발을 그만두고 전통을 고수하자는 건 아니다. 지구는 현재 살고 있는 우리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후대가 살아가야 할 터전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 후대들이 사용할 것을 빌려서 사용 중에 있다. 그렇다면 주인이 있는 걸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끼고 잘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될지를 고민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