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박사의 독서경영 - [예술 수업]
전박사의 독서경영 - [예술 수업]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2.03.01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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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만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예술 수업』(오종우 , 2015, 어크로스)  “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만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예술적 상상력을 깨우는 아홉 번의 강의를 통해 예술을 논하면서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우리 삶에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유했던 천재들의 빛나는 통찰과 남다른 감각을 온전히 읽어내고 느낄 수 있는 한 권의 책이다.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와 체호프의 소설, 피카소와 샤갈의 그림,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타르콥스키의 영화, 그리고 베토벤의 교향곡과 피아졸라의 탱고가 흘러넘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에서 예술가의 창조적 영감이 폭발했던 순간으로 떠나는 황홀하고 신비스러운 여행이다. 아홉 번의 수업을 통해 그동안 현실에 치이고 일상에 매몰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의 감각과 사고를 깨부수며 내 안의 예술적 상상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주제로 고정된 관념과 기성의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탄생하게 하는 예술적 상상력을 촉발을 도와주고 있다. 2부는 “보이는 것 너머를 보려면”이라는 주제로 연극, 음악, 회화, 영화를 넘나들며 예술작품 속에서 우리가 알아보아야 할 가치를 찾아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3부는 “삶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삶을 창조해나갈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찾아 볼 수 있으며, 심상치 않은 일상을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며 예술을 통해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예술작품이 주는 울림은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예술은 사람들의 고뇌와 고통을 이해하고 인간의 가치를 해석해 삶의 전망을 밝히는 인문학의 전위(前衛)에 있습니다. 예술은 인문학적 사유의 출발점을 놓지요.

  대도시의 큰 무대에서 저명한 연주자의 연주를 듣는 일도 좋았지만, 그 봄밤 지방 소도시에서 들은 색소폰 사중주의 콘서트가 주는 가동은 매우 컸습니다. 그때 그곳에서 막 시작한 이 글도 그렇게 쓰였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서로 다른 주제들이 어울려 하나의 장을 이루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예술을 논하면서도 예술작품을 닮은 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 <책을 내며> 중에서

  이제 창의성의 원천인 예술의 인문적 가치를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진짜 예술적 상상력을 만나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나는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내고 우리를 인간답게 살게 하는 예술적 상상력을 탐구하려 합니다. 예술의 인문 정신을 살피기도 할 것입니다. 왜 예술은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소멸하지 않았을까요. 함께 그 까닭을 밝혀봅시다. - <수업에 앞서_피카소의 <춤>과 예술적 상상력> 중에서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으로 순식간에 얻은 지식은 살아가는 힘이 되지 못합니다. 남에게 얻어들은 정보들도 마찬가지죠. 오래 걸려도 궁금한 점을 풀어내고 알아가는 희열이 진짜 지식을 만듭니다. 머리뿐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진정한 예술작품은 현실과 직접 부딪쳐 탄생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뛰어난 예술작품들은 인류에게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줍니다. 예술을 통해서 우리는 인식하는 능력,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고 창의성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예술작품은 그 자체가 창의적이면서 동시에 예술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을 창의적으로 만들죠.

실질 세계에 함몰되지 않으면 우리 주위에 예술이 왜 존재하는지 그 까닭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_해석한다, 고로 존재한다> 중에서

 

  자연과 우주에는 서로 대비되는 쌍이 많습니다. 낮과 밤이 있고, 태양과 달이 있으며, 하늘과 땅이 있습니다. 그들은 차츰 추상적인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영혼과 육체가 있어서 장례 의식을 치렀고, 안과 밖,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했습니다.

무엇이 쌍을 이룬다는 점은 서로 비슷하여 비교가 가능하고 또 그래서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를테면 낮은 밤과 어울리는 쌍이지 바다와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바다에는 낮도 있고 밤도 있지요. 바다는 땅과 어울리는 쌍입니다. 그중에 어느 하나만 있다면, 예컨대 밤은 없고 낮만 있으면, 땅은 없고 바다만 있으면, 달은 없고 태양만 있으면 더 좋지 않다는 점을 알았습니다. 낮이 있기에 밤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고 태양이 있어서 달이 귀중합니다.

  힘든 세월을 함께 보낸 노부부가 노을빛을 받으며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까닭입니다. - 경직된 생각을 파괴하는 일_원시의 사유, 예술의 흔적> 중에서

  시간과 공간은 그 자체로 균일한 성질을 띠고 있지만, 인간의 행위와 얽히면 결코 균질하지 않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누구에게나 수학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해도 그것을 점유하는 감각과 의미는 천차만별인 셈이지요. 단 몇 초에 해당하는 시간이 운명을 좌우하기도 하고 아니면 아주 길어서 지루하기도 합니다. 몇 달, 아니 몇 년을 지속한 시간도 짧다 못해 지각되지 않고 덧없이 사라지기까지 합니다. 좁은 문턱에서 인생을 바꿀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광활한 지역이 아무런 느낌 없이 스쳐 지나가 소멸하여 부재하기도 합니다.

  예술은 수리적으로 균일한 시간과 공간을 기계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의미를 창출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바꾸지요. 특히 드라마는 집중된 시간과 공간 속으로 인간의 특정한 행위를 몰아넣어 극적인 상태를 연출합니다, - <불완전한 인간의 완전한 비극_드라마의 조건> 중에서

  그리움을 낳는 것은 사랑입니다. 샤갈은 첫 아내 벨라를 끔찍이도 사랑하며 30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벨라가 죽자 샤갈은 한동안 삶의 의욕을 잃었다가 바바를 만나 활기를 되찾고 또 30여 년을 그녀와 살았습니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죠. 사랑은 샤갈이 백 년 가까이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왜 사랑하는지 묻는다면 샤갈은 뭐라고 대답할까요.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그가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가 있어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니 사랑이 뭔지 말하기 어렵다고. 진정한 사랑이란 왜 사랑하는지 그 까닭은 알지 못해도 살아가는 많은 이유를 만든다고. 사랑은 아마도 그런 것일 겁니다. - <그림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_왜 사랑하는지 샤갈에게 묻는다면> 중에서

  199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네이딘 고디머(Nadine Gordimer 1923~2014)는 체호프를 두고 이렇게까지 말했습니다. “체호프가 없었다면 단편소설을 쓰는 우리 가운데 누가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체호프가 없었다면 문학은 고리타분한 형식이 되었을 것이다.” 2013년 앨리스 먼로(Alice Ann Munro 1931~ )가 현대의 체호프라는 이유로 노벨 문학상을 받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수여할 때 작가의 업적과 작품의 가치 등을 자세히 설명하던 예년과 달리 간단히, 앨리스 먼로가 현대의 체호프라서 노벨 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죠. - <예술이 삶의 진실을 담는 법_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에 대하여>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최근 우리 대학들의 모습을 보면 사학의 주인들이 배움과 진리 추구를 구현하고자 하는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이윤 창출의 공간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이 마치 취업 준비를 위한 학원화 열기로 변모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 사회 곳곳에서는 인문학이 대단한 열풍을 몰고 있는 반면 대학 내에서 취업 준비를 위해 인문학은 고사 위기에 있다. 어문계열 기피, 취업률 저하로 예체능 계열의 폐과 움직임 등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배움에 대한 열망과 가르침에 대한 열정이 만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이 책의 기반이 된 강의다. 새로운 것, 다른 것을 알아보고 창조해내는 능력이 마치 지식인과 천재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지만, 저자의 강의를 통해 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며, 예술을 대하는 인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가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시대를 가로질러 살아남은 작품을 통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유했던 천재들의 빛나는 통찰과 남다른 감각을 읽어내고, 인간과 세상의 진보를 가져온 인류의 지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가 이끄는 아홉 번의 수업은 그동안 현실에 치이고 일상에 매몰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의 감각과 사고를 깨부수며 내 안의 예술적 상상력을 복원하는 강렬한 촉매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인문학자의 강의실에서 예술가의 창조적 영감을 통해 그동안 현실에 치이고 일상에 매몰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의 감각과 사고를 깨부수며 예술적 상상력을 회복시켜주는 비타민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