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라가 만년 같고, 만년이 찰라 같다
찰라가 만년 같고, 만년이 찰라 같다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2.06.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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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라가 만년 같고, 만년이 찰라 같다

 

여상위여망언지(予嘗爲女妄言之), 여이망청지(女以妄聽之), 해방일월(奚旁日月), 협우주(挾宇宙)? 위기문합(爲其脗合), 치기골혼(置其滑涽), 이예상존(以隸相尊), 중인역역(衆人役役), 성인우둔(聖人愚芚), 참만세이일성순(參萬歲而一成純), 만물진연(萬物盡然), 이이시상온(而以是相蘊) - 『장자』「제물론(齊物論)」

 

  내가 그대에게 허튼 소리를 좀 해볼 테니 그리 알고 편하게 들으시오. 어찌하여 해와 달을 나란히 곁에 두고, 우주를 품속에 두지는 않는가? (성인은) 만물과 하나가 되어 세속의 어지러운 일들을 상관하지 않고 빈부와 귀천을 따지지 않소, 사람들은 늘 시비를 가리기 위해 힘쓰지만 성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우둔한 사람처럼 만년의 변화와 부침 속에 뒤섞이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오. 만물이 모두 그러하니, 이러한 이유로 절박하고도 아주 순수한 상대 속에서 서로를 감싸고 있는 것이오. 만물이 모두 있는 그대로 두고 따뜻이 시인하는 마음으로 이것을 쌓아나가는 것이오.

 

  인간이 우주와 하나 되는 것이야말로 생명의 진리를 깨닫는 길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과 육체의 노예가 되어 한평생 갖은 고생을 하며 살아간다. 불가에서는 이들을 ‘범부(凡夫)’라 한다. 하지만 ‘성인’의 경지는 사뭇 달라 ‘어리석고 우둔하다.’ ‘우둔하다’는 것은 ‘날카로움과 둔함’의 ‘둔함’의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생명력’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겉으로는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생명력이 넘치는 것이 바로 성인의 모습이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만년의 변화와 부침 속에 뒤섞여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요새 날짜만 세고 있어.”, “이젠 죽는 일만 남았어.”와 같은 말을 하곤 한다. 왜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찾지 않는 것일까? 스스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가건 말건 개의치 않는다. 사는 게 정말 “따분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가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보기를 권한다. 그러다 보면 더 이상 하루하루 늙어만 가고 허송세월 한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인간이 밤낮을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에 불과하다.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살다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버린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그러므로 일분일초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노력해보자.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겨나는 주름과 노화에도 초연할 수 있을 것이다.”

 

- 샤오뤄무, 공자처럼 출근하고 장자처럼 퇴근하라_걸림 없는 삶을 마음껏 누려라; 자연의 순리대로 절제된 삶을 살아라, 한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