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지신(尾生之信)
미생지신(尾生之信)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5.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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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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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신문=전형구논설위원]미생지신(尾生之信) - 《『북사(北史)』「성엄전(成淹傳)」》

미생의 믿음

 

  미생지신(尾生之信)은 약속을 굳게 지키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세상의 이치를 모르며 융통성이 전혀 없는 사람을 비판하는 말이기도 하다,

『북사(北史)』「성엄전(成淹傳)」에 나오는 글로 “부위왕자불구소절(夫爲王者不拘小節) - 무릇 왕이 된 자가 작은 절개에 얽매여 기득권권수미생지신(豈得眷眷守尾生之信) - 어찌 오롯하게 미생의 믿음을 지키겠는가.”

 춘추시대 노나라에 미생이라는 남자가 살았다. 하루는 사랑하는 여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는 약속한 시간에 그 다리 밑으로 갔지만 여인은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미생은 조금만 기다리면 오리라고 생각하여 계속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더니 개울물이 점점 불어 오르기 시작했다. 물은 처음에 미생의 발등까지 밖에 닿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올랐다. 그러나 미생은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다리 기둥을 붙들고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다가 급속도로 불어나는 물에 죽고 말았다.

  『장자』「도척(盜跖)」편에는 세상에서 말하는 이른바 현사(賢士) 여섯 명을 예로 들었다. 명분 때문에 수양산에서 은둔하다 굶어 죽은 백이숙제를 시작으로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문공(文公)에게 먹였으나 문공에게 배신당하자 면산(緜山)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불타는 나무를 부여잡고 죽었던 개자추(介子推)의 사례 등을 들었다. 맨 마지막에 미생을 들어 “미생은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기약했으나 여자가 오지 않자 물이 불어와도 떠나지 않다가 다리 기둥을 잡고 죽었다.”라고 하고는 이들을 이렇게 비판했다.

  “모두 명목에만 달라붙어 죽음을 가벼이 여겼고, 본성으로 돌아가 수명을 보양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장자가 거론한 이들은 한결같이 세상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명분이나 허명에 기대어 살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깨닫지 못한 자들이다. 『회남자』「설산훈」편에서도 “믿음이 잘못된 것(信之非)”이라고 비판한 반면 『사기』「소진 열전」에서 소진만은 미생이 굳은 신의를 높이 평가했다.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