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표정 16. 담박영정
마음의 표정 16. 담박영정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1.2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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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영정(淡泊寧靜) : 맑게 헹궈내어 고요 속에 침잠하라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언어의 소음에 치여 하루가 떠내려간다.

머금는 것 없이 토해내기 바쁘다. 쉴 새 없이 떠든다. 무책임한 언어가 난무한다. 허망한 사람들은 뜬금없는 소리에 그만 솔깃해져서 ‘그러면 그렇지’ 한다.

풍문이 진실로 각인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 곁에서 회심의 미소를 흘리며 이익을 챙긴다. 입이 열 개로도 할 말 없을 짓을 하고 나서 제가 외려 분하고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이런 말은 너무 피곤하다. 그 말에 우르르 몰려다니며 희희덕거리는 행태는 너무 가볍다.

도대체 침묵의 힘을 잊은 지 오래다. 예산 추사 고택 기둥에는 주자가 말한 ‘반일정자(半日靜坐), 반일독서(半日讀書)'란 구절이 추사의 글씨로 걸려 있다. ’하루의 절반은 고요히 앉아 마음을 기르고, 나머지 절반은 책을 읽는다.‘ 이런 태고적 운치야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마음먹기 따라 정좌(靜坐)의 시간을 늘릴 수는 있을 것이다.

청나라 주석수(朱錫綬)는 『유몽속영(幽夢續影)』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요히 앉아보지 않고는 바쁨이 정신을 얼마나 빨리 소모시키는지 알지 못한다. 이리저리 불려 다녀 보지 않으면 한가로움이 정신을 얼마나 참되게 길러주는지 알지 못한다. (不靜坐, 不知忙之耗神者速;不泛應, 不知閑之養神者眞)"

자신을 끊임없이 비우고 헹궈내는 담박(淡泊)과 내면으로 침잠하는 영정(寧靜)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 뜻이 환해지면(明志), 그제야 먼데까지 갈 힘이 생긴다(致遠). 머금지 않고 쏘아대니 세상이 시끄럽다.

비울 줄 모르고 욕심 사납게 먹어댄 결과 소화불량에 걸린다. 제 허물을 감추려고 남을 덥석 문다. 제 부족을 숨기자니 허풍이 는다. 바람 드는 북창 아래서 무현금(無絃琴)을 어루만지던 도연명(陶淵明)의 그 침묵과 정좌의 시간이 그립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