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표정 17. 송영변어
마음의 표정 17. 송영변어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1.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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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변어(松影變魚) : 소나무 그림자를 무늬로 지닌 물고기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가사어란 물고기 이야기가 나온다.

"지리산 속에 연못이 있다. 그 위에 소나무가 죽 늘어서 있어 그 그림자가 언제나 연못에 쌓인다. 못에는 물고기가 있는데 무늬가 몹시 아롱져서 마치 스님의 가사와 같으므로 이름 하여 가사어(袈裟魚)라고 한다. 대개 소나무의 그림자가 변화한 것이다. 잡기가 매우 어렵다. 삶아 먹으면 능히 병 없이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묘한 여운이 남는 얘기다.

이 가사어가 산다는 연못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용유담(龍遊潭)이다. 지금의 함양군 마천면 송전리다. 신증동국여지승람함양군 조 용유담(龍遊潭) 기사를 보면, 가사어는 지리산 서북쪽 달공사(達空寺) 옆 돝못(猪淵)에 살다가, 가을에 물길 따라 용유담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봄에 다시 돝못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고기가 오르내릴 때를 기다려 바위 폭포 사이에 그물을 쳐놓으면 고기가 뛰어오르다가 그물 속에 떨어진다고 잡는 방법까지 적어 놓았다. 달공사는 전북 운봉 지역에 있던 절이다.

연못 위로 쌓이는 소나무 그림자를 제 무늬로 만들었다는 가사어. 잡기도 어렵지만 삶아 먹으면 병 없이 오래 살 수 있다는 전설적인 물고기. 다른 곳은 절대로 가지 않고 용유담과 돝못 사이에서만 산다.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래되었지만.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