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推敲) - 『당시기사』「가도(賈島)」
퇴고(推敲) - 『당시기사』「가도(賈島)」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9.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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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 두드린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퇴고(推敲)는 시문을 지을 때 글자나 구절을 정성껏 다듬고 고치는 것을 가리키며 추고(推敲)라고도 한다.

『당시기사』「가도(賈島)」편에 나오는 글로,

 당나라 때 시인 가도가 어느 날 노새를 타고 길을 가다가 문득 시상이 떠올라 알 수 없는 손짓을 하며 시를 짓기 시작했는데, 「이응의 그윽한 거처에 붙인다」라는 오언율시였다.
가도가 친구 이응을 만나러 갔다가 만나지 못한 감정을 노래한 것이다.

이 작품의 명구로 꼽히는 4구에서 가도는 ‘두드린다’는 의미의 ‘고(敲)’자가 좋을지 아니면 ‘민다’는 의미의 ‘퇴(推)’자가 좋을지 고민하다가 당시 경조윤(수도의 장관)인 한유의 행차를 침범하는 바람에 한유에게로 끌려갔다.

얼떨결에 끌려간 가도가 고개를 들어 보니 당시 최고의 문장가이면서 유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한유가 눈앞에 있었다.
가도는 당황했지만 자신이 길을 비키지 못한 까닭을 상세히 말했다.

그러자 한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민다’고 하는 것보다는 ‘두드린다’고 하는 게 나을 듯 하다고 했다.
가도는 한유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구를 고쳤고, 함께 나란히 말을 타고 가며 시에 관해 논했다.
그 뒤로 이들은 둘도 없는 시우(詩友)가 되었다.

그 어떤 작가도 퇴고 과정 없는 작품은 나오지 않는 법이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