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표정 24. 습정투한
마음의 표정 24. 습정투한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1.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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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정투한(習靜偸閑) :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훔쳐라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하는 일 없이 마음만 부산하다. 정신없이 바쁜데 한 일은 없다. 울리지 않는 휴대폰의 벨소리가 귀에 자꾸 들린다. 갑자기 일이 생기면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왠지 불안하다. 너나 할 것 없이 정신 사납다. 고요히 자신과 맞대면하는 시간을 가져본 것이 언제인가?

"세상맛에 푹 빠지면 바쁨을 구하지 않아도 바쁨이 절로 이르고, 세상맛에 덤덤하면 한가로움에 힘쓰지 않아도 한가로움이 절로 온다." 명나라 육소형이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에서 한 말이다. 관심이 밖으로 향해 있으면 바쁘단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마음이 안쪽으로 향해야 비로소 한가로울 수 있다. 바쁘기를 구하는 것(求忙)과 한가로움에 힘쓰는 일(偸閑)의 선택은 세상일에 대한 관심 정도에 달린 것이지, 내가 도시와 시골 중 어디에 있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덕무는 '원한(原閒), 즉 한가로움의 의미를 풀이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저 작은 마음이 소란스럽지 않은 자가 드물다. 그 마음에 저마다 영위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장사꾼은 이문을 따지고, 벼슬아치는 영욕을 다툰다. 농부는 밭 갈고 김매느라 여념이 없다. 부지런히 애쓰면서 날마다 궁리하는 것이 있다.

이런 사람은 비록 풍광 좋은 영릉(零陵)의 남쪽이나 소상강 사이에 두더라도 반드시 팔짱을 끼고 앉아 졸면서 제가 바라는 것을 꿈꿀 테니, 대체 어느 겨를에 한가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말한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몸이 절로 한가롭다고."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