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칼끝 2. 십년유성
공부의 칼끝 2. 십년유성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2.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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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유성(十年有成) : 십 년은 몰두해야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남계우(1811-1890)는 나비 그림을 잘 그려 남나비라는 별명으로 더 알려졌다. 그의 집은 도성 안 당기지골(현 한국은행 뒤편)에 있었다. 집에 날아든 나비를 평상복 차림으로 동대문 밖까지 쫓아가 기어이 잡아서 돌아왔다는 일화도 있다.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그는 수백 수천마리의 나비를 잡아 책갈피에 끼워놓고 그림을 그렸다. 실물을 유리에 대고, 그 위에 종이를 얹어 유지탄(柳枝炭)으로 윤곽을 그린 후 채색을 더했다. 노란색은 금가루를 쓰고, 흰색은 진주가루를 사용했다. 그의 그림은 워낙 정확해서 나비학자 석주명은 무려 37종의 나비를 암수까지 구분해 낼 수 있었다.

위당 정인보 선생이 석주명이 소장하고 있던 남계우의 나비그림 10폭 병풍을 감상한 후 역시 10폭 병풍에 시로 써 준 ‘일호화접도행’이란 작품을 보았다. 위당은 이 작품에서 남계우의 10폭 그림을 한 폭 한 폭 꼼꼼히 묘사한 뒤에, 그의 그림이 혜환 이용휴와 임연 이양연의 시문과 다산 정약용의 총서로 이어진 남인과 소론의 박학, 즉 실학을 잇는 가치 있는 작품임을 밝혔다.

석주명에게 써 준 다른 시에서는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나비 연구에 한눈팔지 않고 몰두하여 세계적인 학자가 된 석주명의 노력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석주명은 제자들에게 늘 남들이 관심 없는 분야에 10년 이상 꾸준히 몰입하면 세계 제일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려주곤 했다. 그의 ‘조선산 접류 분포도’는 1940년에 영국왕립학회의 의뢰를 받아 뉴욕에서 인쇄되었고, 지금까지 생물 지리학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십년유성(十年有成)! 10년은 한 우물을 파야 뭐든 이룰 수가 있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