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칼끝 3. 피지상심
공부의 칼끝 3. 피지상심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2.0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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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상심(披枝傷心) : 곁가지를 쳐 내면 속줄기가 상한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피지상심(披枝傷心)은 가지를 꺾으면 나무의 속이 상한다는 뜻이다.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의 『성호사설』에 나오는 얘기다.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어떤 사람이 과일 나무를 촘촘하게 심었다. 곁에서 말했다. “그렇게 빼곡하게 심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소.” 그가 대답했다. “처음에 빼곡하게 심어야 가지가 많지 않습니다. 가지가 적어야 나무가 잘 크지요. 점점 자라기를 기다려 발육이 나쁜 것을 솎아 내서 간격을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하면 나무도 오래 살고 열매가 많습니다. 게다가 목재로 쓰는 이로움도 있지요. 어려서 가지가 많은 나무는 자라 봤자 높게 크지 못합니다. 그제서 곁가지를 잘라내면 병충해가 생겨 나무가 말라 죽고 맙니다.”

곁가지가 많으면 큰 나무가 못 된다. 열매도 적다. 중심이 곧추서야 나무가 잘 크고 열매가 많다. 곁가지를 잘라내면 속이 썩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제 중심을 세우기 전에 오지랖만 넓히면 이룬 것 없이 까불다가 제풀에 꺾인다. 작은 성취에 기고만장해서 안하무인이 된다. 자리를 못 가리고 말을 함부로 하다가 결실을 맺기 전에 뽑혀져 버려진다. 곁눈질 않고 중심의 힘을 키워야 큰 시련에 흔들림 없는 거목이 된다.

이리저리 두리번대기보다 뚜벅뚜벅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어, 많은 열매를 맺고 동량재(棟梁材)가 될 노거수(老巨樹)로 발전한다. 잘 생긴 나무는 중심이 제대로 선 나무다. 정신 사납게 이리저리 잔가지를 뻗치면 중심의 힘이 약해져, 농부의 손에 뽑혀 땔감이 되고 만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