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칼끝 24. 광이불요
공부의 칼끝 24. 광이불요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2.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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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이불요(光而不耀) : 빛나되 번쩍거리지 않기를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광해군 때 권필(權韠; 1569~1612)이 시를 지었다. 어찌해야 세간의 한없는 술 얻어서, 제일 높은 누각 위에 혼자 올라 볼거나.(安得世間無限酒, 獨登天下最高樓)"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성혼(成渾)이 말했다. "무한주(無限酒)에 취해 최고루(最高樓)에 오른다 했으니, 남과 함께하지 않으려 함이 심하구나. 그 말이 위태롭다." 뒤에 그는 시로 죄를 입어 비명에 죽었다.

『도덕경』 21장의 말이다.

반듯해도 남을 해치지 않고(方而不割),
청렴하되 남에게 상처입히지 않으며(廉而不劇),
곧아도 교만치 아니하고(直而不肆),
빛나되 번쩍거리지 않는다(光而不耀)."

반듯하고 청렴한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남을 해치거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곧음은 자칫 교만을 부른다. 빛나는 존재가 되어야 하지만, 너무 번쩍거리면 꼭 뒤탈이 따른다.
빛나기는 쉬워도 번쩍거리지 않기는 어렵다.

사람은 얼핏 보아 비슷한 이 두 가지 분간을 잘 세워야 한다. 지나친 것은 늘 상서롭지 못하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