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의 탄식 4. 교자이의
진창의 탄식 4. 교자이의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3.0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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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자이의(敎子以義) : 눈에 뵈는 게 없는 세상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호조판서 김좌명(金佐明)이 하인 최술(崔戌)을 서리로 임명해 중요한 자리를 맡겼다. 얼마 후 과부인 그의 어머니가 찾아와 그 직책을 떨궈 다른 자리로 옮겨달라고 청했다.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이유를 묻자 어머니가 대답했다. "가난해 끼니를 잇지 못하다가 대감의 은덕으로 밥 먹고 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중요한 직책을 맡자 부자 집에서 사위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처가에서 뱅어국을 먹으며 맛이 없어 못 먹겠다고 합니다. 열흘 만에 사치한 마음이 이 같으니 재물을 관리하는 직무에 오래 있으면 큰 죄를 범하고 말 것입니다. 외아들이 벌 받는 것을 그저 볼 수 없습니다. 다른 일을 시키시면서 쌀 몇 말만 내려주어 굶지 않게만 해 주십시오". 김좌명이 기특하게 여겨 그대로 해주었다. 『일사유사(逸士遺事)』에 나온다

자식이 윗사람에게 잘 보여 월급 많이 받는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녀도 시원찮은데, 자식의 마음이 그새 교만해진 것을 보고 어미가 나서서 그 자리를 물려주기를 청했다. 어린 손자가 못 미더워 날마다 점검하던 할아버지는 손자의 심지가 깊은 것을 보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어미는 자식이 죄짓게 될까 걱정했고, 할아버지는 손자가 집안과 나라에 누를 끼칠 것을 염려했다.

자식이 올바른 길로 가게 가르치기(敎子以義)가 쉽지 않다. 잘못을 저질러 혼이라도 내면 부모가 학교로 찾아가 선생을 폭행하고 난동을 부린다. 떼돈 번 부모가 수억 짜리 스포츠카를 사주고, 자식은 그 차를 몰고 나가 남의 목숨을 담보로 도심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인다. 발 좀 치우라고 했다가 지하철에서 20대가 80대 노인에게 쌍욕을 해댄다. 눈에 뵈는 것이 없다.

무슨 이런 세상이 있는가. 이렇게 막 자라 제 몸을 망치고, 제 집안을 말아먹고, 나라에 독을 끼친다. 밖에서 하는 행동거지를 보면 그 부모가 훤히 다 보인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