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의 탄식 5. 취문성뢰
진창의 탄식 5. 취문성뢰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3.0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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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문성뢰(聚蚊成雷) : 풍문에 현혹되어 판단을 그르치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형제는 이름난 벼슬아치였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남의 벼슬길을 막는 문제를 두고 논의했다. 곁에서 말없이 듣던 어머니가 연유를 물었다. "그 선대의 과부가 있는데 바깥 말이 많았습니다." "규방의 일을 어찌 알았느냐?" "풍문이 그렇습니다."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어머니가 정색을 했다. "바람은 소리만 있지 형체가 없다. 눈으로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손으로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다. 허공에서 일어나 능히 만물을 떠서 움직이게 한다. 어찌 형상 없는 일로 떠서 움직이는 가운데서 남을 논하느냐? 하물며 너희도 과부의 자식이 아니냐? 과부의 자식이 과부를 논한단 말이냐?"

형제는 그만 무참해져서 의론을 거두고 말았다. 박지원의 「열녀함양박씨전(烈女咸陽朴氏傳)」에 나온다.뜬말 근거 없는 비방이 사람 잡는 세상이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니 찾아도 자취가 없고 살펴도 형체가 없다. 턱도 없는 얘기가 한 번 두 번 듣다 보면 정말 그런가 싶다.

세 번 들으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틀림없는 사실로 굳어진다.

건강한 사회에 뜬 비방이 발을 못 붙인다. 나쁜 놈들이 남을 삿된 길로 내몰면서 저만 바르다고 떠든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패에 목숨을 건 판이라 후세의 시비나 세상의 평가쯤은 안중에 없다. 당장에 이기면 된다는 수작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런데 그 전술이 번번이 들어가 맞으니, 여기에 무슨 현명함과 원대함이 있겠는가?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