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의 탄식 9. 금인삼합
진창의 탄식 9. 금인삼합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3.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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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인삼함(金人三緘) : 쇠사람이 세 번 입을 봉하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공자가 주나라로 가서 태조(太祖) 후직(后稷)의 사당에 들렀다. 섬돌 앞에 금인(金人)이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입을 세 겹으로 봉해놓았다. 이상해서 살펴보니 그 등에 "옛날에 말을 삼간 사람"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은 봉해야 말조심이 된다는 뜻이었을까? 유향(劉向)의 '설원(說苑)'에 나온다.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윤기(1741~1826)는 말 많은 세상을 혐오해서 위 공자의 고사를 끌어와 '삼함명(三緘銘)'을 지었다. 그는 입을 세 번 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지, 아예 벙어리가 될 것을 맹세하는 '서음'이란 글까지 지었다. 그 중의 한 대목. "혹 손님이 와서 안부 인사를 나누고 나서 그저 입을 꽉 다물고 있으면 나를 거만하다 할 것이므로, 아무 상관도 없는 한가롭고 희떠운 말이나 취해다가 얘깃거리로 삼으리라." 말세의 전전긍긍이 자못 민망하다.

말이 말을 낳고, 그 말이 몇 번 오가다 보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걷잡을 수가 없다. 누구 말이 옳은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모를 지경이 된다. 차라리 입을 닫고 벙어리로 지낼밖에.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