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의시계-1. 페이드 아웃(Fade Out)
몽환의시계-1. 페이드 아웃(Fade Out)
  • 봉쌤
  • 승인 2019.03.18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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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봉쌤의 음반소설 "몽환의 시계"중 1번 트랙 - 페이드 아웃(Fade Out)

 피아니스트 봉쌤의 음반소설 "몽환의 시계" - 페이드 아웃(Fade Out)

모델:구아라
모델:구아라

누군가 내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누구에게 하소연하지도 못하는, 화나고, 기쁘고, 슬픈 각 사연들을 혼자 간직하고 마음앓이 하는 나, , 우리입니다.

그런 감정들을 어둑한 골방에 꽁꽁 묶어두기보다 꺼내어 기억하고 정면으로 바라보고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연주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제목입니다.

팝과 가요는 가사가 있어 내용과 의미 전달이 연주 음악에 비해 비교적 수월한 편입니다. 하지만 연주 음악은 오로지 곡으로만 작곡가의 의도를 전달하게 됩니다.

제목은 단순히 곡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작곡가의 의도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그래서 제목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고 공을 많이 들이기도 했습니다.

페이드아웃은 모든 이야기의 끝에서 시작합니다.

‘Fade Out’

은 점점 사라져 없어짐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모든 것이 다 소멸되고 난 뒤에야 또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래서 ‘Fade out’이란 제목을 붙였습니다. 꽉 차오른 감정들로 힘겨울 땐 비워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 바라보게 하고 비우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으니까요.

때로는 음악이 말보다 더 정직합니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선적입니다. 완곡하게 감정에 닿는 글과 달리 생각이라는 터널을 통하지 않고 곧장 마음으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듣는 이의 감성과 감정이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들리고 다르게 전달되기도 합니다.

페이드아웃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드럼입니다.

국내 뉴에이지 장르가 너무 예쁘고 서정적이라 다양한 사운드를 통해 다르게 연출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피아노와 드럼의 듀오 구성으로 편곡을 시도해보았습니다.

보통 트리오 구성은 피아노, 드럼, 베이스의 조합으로 저음, 선율, 리듬 등 밸런스를 맞추며 사운드를 채우는 폼인데 베이스를 뺀 두 악기만으로는 아무래도 사운드 밸런스가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드럼의 리얼한 사운드보다는 힙합적인 킥 베이스 드럼 사운드를 사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드럼 사운드를 찾아가며 실험하고, 버리고, 또 실험했습니다. 수백 번이 넘는 수정에 힘들어하는 엔지니어를 달래가며 지금의 사운드를 만들어 낸 곡입니다.

130초 정도의 곡을 위해 참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곡의 구성은 A(테마: 고음역) A’(테마: 중음역) B(전개) A’’(테마 변형) C(새 테마)로 진행됩니다.

특히 C 부분의 새로운 테마는 5번 곡 낮에 뜨는 달과의 연결 모티브를 만들어 두 곡을 한 이야기 안에 묶고자 먼저 선보입니다. 그리고 편곡 과정에서 처음 들을 때 마치 이 곡이 피아노 솔로곡인 듯 페이크를 줬습니다. 이후에 드럼 파트를 곡 구성에 따라 점점 확장해가며 비중을 높였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들을 만하니 끝난다는 느낌. 초창기에는 짧은 테마로 곡을 쓰고 이후 곡을 길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장황해진 느낌에 수정을 거듭하다 지금의 폼이 가장 이상적이라 판단했습니다.

페이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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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 봉쌤-페이드아웃 
* 글 : 봉쌤 / 윤색-금희 
* 영상 : 촬영-봉쌤  /  편집-봉쌤  /  모델-구아라  /  내레이션-구아라  /  글-금희
* 사진 : 촬영-봉쌤  /  편집-봉쌤  / 모델-구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