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의 탄식 24. 기리단금
진창의 탄식 24. 기리단금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19.03.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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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단금(其利斷金) : 두 마음이 하나 되면 무쇠조차 끊는다

[칭찬신문=전형구 논설위원] 다산은 유배지 강진에서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원포(園圃)의 경영을 당부했다. 특별히 마늘과 파를 가장 역점을 두어 심게 했다. 아들은 그 말씀에 따라 마늘을 심고, 「종산사(種蒜詞)」, 즉 '마늘 심는 노래'를 지어 아버지께 보고했다. 또 밭에서 거둔 마늘을 내다 팔아 경비를 마련해서 아버지를 찾아왔다. 당시에 마늘은 상당한 고부가 가치의 특용작물이었다. 요즘 마늘밭도 파기만 하면 100억씩 나오니 고금이 다를 게 없다.

전형구 논설위원
전형구 논설위원

도둑 셋이 무덤을 도굴해 황금을 훔쳤다. 축배를 들기로 해서, 한 놈이 술을 사러 갔다. 그는 오다가 술에 독을 탔다. 혼자 다 차지할 속셈이었다. 그가 도착하자 두 놈이 다짜고짜 벌떡 일어나 그를 죽였다. 그새 둘이 나눠 갖기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둘은 기뻐서 독이 든 술을 나눠 마시고 공평하게 죽었다. 황금은 길 가던 사람의 차지가 되었다. 연암 박지원의 「황금대기(黃金臺記)」에 나오는 얘기다.

연암은 다시 '주역'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예리함이 쇠도 끊는다(二人同心, 其利斷金)." 원래 의미는 쇠라도 끊을 수 있으리만치 굳게 맺은 한마음의 우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암은 말을 슬쩍 비틀어, '두 사람이 한마음이 되면 그 이로움이 황금을 나눠 갖는다'는 의미라고 장난으로 풀이했다.

연암은 이렇게 글을 맺었다. "까닭 없이 갑작스레 황금이 생기면 우레처럼 놀라고, 귀신인 듯 무서워할 일이다. 길을 가다가 풀뱀과 만나면 머리카락이 쭈뼛하여 멈춰 서지 않는 자가 없을 것이다."

돈은 귀신이요, 독사다. 보면 피해야 한다. 마늘도 땀 흘려 거둔 것이라야 값이 있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